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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thingnewri Nov 14. 2022

#5 갈매기의 꿈과 평창 조나단 패러글라이딩

강릉 한달살이

우연히 조나단의 이야기를 읽었고, 우연히 조나단 패러글라이딩에 갔다.

모든 건 우연이었다.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지만.




앤이 헌책방에서 '갈매기의 꿈'을 샀다. 앤은 어릴 적부터 이 책을 좋아했다고 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책 이름에 이끌려, 나도 '갈매기의 꿈'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이다. 그는 다른 갈매기들과 달리 특별하다. 아니 별종이다. 다른 갈매기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생존이다. 다른 갈매기들은 먹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먹는다. 그들은 오직 식욕을 채우기 위해 날고 또 난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먹이들을 찾기 위해 혈안이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이들과 다르다. 그는 날기 위해 산다. 더 높이 날고 싶어 하고 더 빨리 날고 싶어 한다. 조나단에게 먹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오직 중요한 건 나는 것 그 자체이다. 그렇게 조나단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다. 갈매기들은 조나단이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기 시작하고 결국 추방당한다.



조나단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그렇게 그는 초월한 존재가 된다.



조나단과 그를 비난하는 무리를 보면서 나는 어디에 속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나는 조나단이 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바라만 보는 갈매기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모두 자유를 갈망하지만 결국 자유에 굴복한다. 자유에는 너무 많은 희생과 책임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도 자유로히 날고 싶은 사람이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 단순한 삶의 톱니바퀴처럼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날고 싶다. 꿈꾸고 싶다. 무한히 뻗은 저 넓은 하늘을 보고싶다. 하지만 난 항상 생각에만 갇혀있다. 나는 아주 용기 없는 갈매기다. 남들과 다른 조나단을 보며 부러워하지만, 용기는 없는 그런 갈매기. 주변의 시선은 무시한 채 오롯이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고민했다. 나도 조나단처럼 살 수 있을까? 나는 조나단이 부러웠고 질투가 났다.





이틀 후, 게스트하우스의 친구들과 평창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러갔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간 곳엔 '갈매기의 꿈' 속 한 구절이 있었다.



“내가 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겁니까?”,

“나는 네가 자유롭다고 말하는 거야”



나는 선생님께 며칠 전 이 책을 읽었다고 말했고, 선생님은 패러글라이딩 때문에 일부러 읽었냐고 물었다. 아! 그때 깨달았다. 이 패러글라이딩 스쿨의 이름은 ‘조나단 패러글라이딩’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약간 들뜨기 시작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선영과 나는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오전 11시, 바람은 선선하게 불고 햇볕은 따스했다. 우리는 날기 위해 바람을 기다렸다. 바람을 기다리며 대관령의 산자락을 바라보고 절벽 앞 들판 위에 누워 맑은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는 차례대로 바람을 느끼며 뛰었다. 그리고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어쩌면 하늘을 난다는 표현보다 바람에 타올랐다는 표현이 정확할 수 있겠다. 내가 기대했던 심장이 덜컹하는 짜릿함은 없었지만, 그래서 바람에 올라탄 순간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하늘에서 느끼는 바람은 내 오감을 깨웠다. 눈 앞에 펼쳐진 산과 들을 바라보았다. 봄, 여름, 가을처럼 채도 높은 풍경은 아니지만 멋있었다. 겨울 산만의 덤덤한 매력이 있었다. 선생님은 우리보고 운이 좋다고 하셨다. 오전 11시엔 바람이 좋지 않은데 완벽한 바람이었다고. 10번 중에 한번 만날수있는 바람이라고 축복받았다고 하셨다. 나는 이 순간을 만끽했고, 설렜고, 신도 났다. 나도 하늘을 날아봤다는 성취를 맛봤다.



나는 바람을 느끼고, 바람을 탔고, 하늘을 날았다. 나는 조나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바람을 연구하고 착지자세에 관해 말씀을 나누는 패러글라이딩 선생님들을 보면서 조나단의 마음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더 잘 날고 싶은 마음. 더 잘하고 싶은 마음. 꿈을 쫒는 마음. 더 잘 날기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조나단의 마음을 어찌 모르리.



나는 조나단을 경외한다. 하늘을 나는 순간, 책으로 만났던 조나단의 존재를 온몸으로 실감했다. 그를 이해하는 순간이었지만, 초월적 존재인 그는 더 멀게만 느껴졌다. 나의 열망은 거대한데 나는 너무 보잘것없고 초라한 사람이다. 반면 조나단은 어떤가. 그는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 묵묵히 해낸다. 나는 조나단을 흉내 내지도 못한다. 하늘을 날았음에도 그와 나의 간극을 실감했던 하루. 이날은 기쁨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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