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 탐방기 in 분당
" 동네 책방해서 먹고 살 생각인가요? 이거 해서 돈 벌려는 거면 못 해요. "
" 네??? "
" 주위에 책 사서 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어요?”
" 네?? 아... (진짜 별로 없네... ) "
" 음.. 인스타 같은 거 잘 해요? "
" 아니요. (겨우 아이디만 있는…)”
" 이거 해서 먹고 살 생각 없이 그냥 책이 좋아서 하는 거라면 괜찮습니다. 아니면 홍보능력 있어서 인스타 핫플레이스로 만들 자신 있으면 그것도 좋아요. 하지만 그게 아닌데 책 팔아서 돈 벌려고 하는 거라면... "
“ 아… 그렇군요.. (실은 돈도 벌어야 하는데)”
“ 그래도 제 개인적인 의견을 물으면 전 지금 생활에 만족합니다.”
(그럴 거 같아요^^ 여기 딱 취향저격이라 책이 안팔려도 좋아하는 책 읽고, 음악 듣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글 쓰고… 그렇게 살면 행복할 것 같아요!)
은퇴 후 동네 책방을 꾸리는 야심 찬 상상을 하던 나는
코로나로 발이 묶여 있던 2021년의 여름날 이쁜 동네 책방에서 현실과 마주해야만 했다.
그 이쁜 책방은 바로 분당에 있는 <비북스>^^
Be books~ 책 그 자체가 되라는 뜻인가?
정확히 모르겠다만, 요 책방 역시 책방이 있지 않을 것 같은 조용한 주택가의 반지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과 노란문이 이쁘다는 것을 기억한다.
일일 책방지기를 모집한다는 블로그 공지를 보고 한 시간을 달려갔던 그곳에서 주인 아저씨는 내게 책방을 운영해서 밥벌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꿈인지, 주위에 책 사서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는 한 마디 말로 쉽게 깨닫게 해주었다.
아, 그렇군요.ㅜㅜ
그런데 어쩌죠,,
내 눈은 아저씨의 말을 듣는 내내 그 뒤에 있는 책장에 꽂힌 책들을 향해 있었다. 아, 어쩜 책 취향이 나랑 이렇게 비슷해? 이런 생각을 하면서ㅡ 이런 곳에서, 이런 거 읽으면서 하루를 보내면 참 좋겠다. 몰랐는데 나, 공간이 꽤 중요한 사람이었나봐.. 이런 생각ㅡ 아저씨 얘기 열심히 들었는데, 현타 와서 꿈이 사라지기는커녕 더더더 커지고 있었다는 게 함정^^(이 글을 쓰는 지금 주인 아저씨의 빅 픽쳐이셨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함)
주인 아저씨의 손글씨로 쓰여진 감상과 소개글ㅡ
내가 나중에 책방을 하면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감상을 이렇게 적어서 책사이에 넣어두고, 손님이 그걸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거였는데^^ (난 이렇게 티나게 끼워두지 않고 비밀 편지처럼 책 사이사이에 숨겨서 그 책을 열어보는 사람만 서프라이즈!!의 기쁨을 누리게 해줄 생각~ 헤헷^^)
마침 “내가 싫어하는 것도 네가 하니 괜찮더라”라고 고백해준 정화언니 책이 있어서 찍어두었다. 문자로 사진을 보냈더니 요기서 북토크를 한 적이 있었던가보다.
주인 아저씨의 글씨가 퍽 매력적이라
나도 캘리그라피라도 배워서 감상을 적어야 하나, 잠시 고민^^ (소설 <지극히 내성적인>은 저도 좋아합니다.)
얼마전 일 하다 답답해진 마음에 지금쯤 퇴직하면 퇴직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연금은 또 얼마나 나올지 검색해서 출력한 뒤 한장을 간직했다. 내가 벌써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고, 그렇게 오래 근무했는데 퇴직금은 얼마 안된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랬다. 허걱.
엄마한텐 내가 언제 그만 둬도 놀라지 마시오! 라고 한마디 예방주사를 놓아두었지만(우리 엄마, 뭘 해도 밥 굶겠냐? 알아서 하라고 답해주셨다. 옛날엔 그게 진심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게 진심인 걸 알아서 더 고마운 마음^^) 그치만 나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하지마, 하면 더 하고 싶고, 니 맘대로 해, 하면 상대 의견을 따라주고 싶어 ㅋㅋㅋㅋ 그만둬도 된다고 하니, 쫌 더 신중하게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더 다니기로 하고, 출력했던 종이는 구겨서 책 사이에 집어넣었다.(지금은 그 종이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은 무얼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 나는 오래 전부터 가르치는 일을 제외하면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지, 뭘 할 때 즐거울 것인지를 찾고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배우고 시도한다. 뭐든 경험해봐야 내가 좋아하는 것도, 잘 할 수 있는 것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꼭 돈벌이가 아니어도 노후에 적절한 취미 생활을 가지고 인생을 즐길 수 있다면 좋을테니. 혹시 또 아는가, 숨겨진 곳에서 의외의 재능을 발견할지도^^
돈도 벌고
의미 있는 일도 하고
남들도 돕고 사회에 기여하면 더 좋고
근데 제일 첫번째 질문은 ‘내가 뭐 할 때 제일 시간 가는 줄 모르던가?’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