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괜히 했다
OO이 아프고 난 뒤 기운 없어보여서
그 먹는 거 좋아하는 애가 입맛도 없대니까ㅡ
생일에 내가 애들 봐줄테니
둘이 나가서 데이트라도 하라고 제부에게 톡을 보냈어.
근데 보내고 나니까 이런 게 시누이 노릇인 걸까,
괜한 오지랖이었네, 싶어서 후회했어.
어련히 알아서 할까.
나야 내 동생이 걱정되고 안쓰러워 그런 거라지만
제부는 부담스러울 수 있었을 거 같아. 본인도 힘들텐데.
우리가 아무리 편한 사이래도ㅡ
(이 편안함 때문에 내가 잠시 선을 넘은 거지.)
근데 이미 보낸 걸 어쩌겠어.
거기다 대고 또 제가 주제 넘은 얘길 했어요, 라고
덧붙이는 것도 우습잖아?
그래서 그냥 더 아무 얘기도 안했어.
그치만 이젠 입 다물고 있어야지!
제부는 그런 거에 기분 나빠 할 사람은 아닌데
언니의 마음은 알 것 같아.
나도 지난주에 회사 선배랑 일 얘기 하고
집에 와서 후회했거든.
너무 너무 능력 있는 분인데,
승진이나 뭐 더 해보려는 의욕 같은 게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셔서 안타깝더라고. 그래서 OOO님 잘 하실 수 있는게 이렇게나 많은데 이런저런 걸 더 해보시면 어떻겠냐고 했어. 근데 집에 오자마자 아, 오지랖이었다. 괜히 말했다 싶었어.
그치?
딴엔 위한다고 하는 말이지만ㅡ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건데ㅡ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이제 그러지 말자!!!
둘째 제부는 누나가 많다.
다행히 모두 좋은 분들이다.
특히 막내 누님이 잘 챙겨주고, 늘 동생 편이 되어서
“내 동생이지만 진짜 까다롭고 힘든 앤 거 알아, 너나 되니까 맞추고 사는 거야. 그러니 난 언제나 네 편이야.”
이렇게 말씀하시며 말만이 아니라 진짜 시어머니와 불편한 상황일 때도 중간에서 잘 조율해주고 도와주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내가 너무 고마워서 “진짜 좋은 분이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넌 막내 시누이가 제일 편하고 좋지?”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동생의 대답ㅡ
음.. 언니
나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지만
결혼한지 몇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쑥스러워 나에게 말도 잘 걸지 않는 둘째 형님이 제일 좋아. 특별히 잘 해주진 않지만 만나면 따뜻하고 서로 예의 지키고, 그리곤 따로 연락하지 않는 거. 시누이 올케 사이 말이야. 잘 해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엄청 부담되는 관계라서, 서로 아무런 기대가 없는 게 좋더라고.
아..
그때 분명히 기억했는데
내가 왜 또 까먹고 오지랖을 떤 걸까ㅡ
나도, 너도, 함께 후회하는 두 오지라퍼 자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