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겐 미안하지만
금요일 저녁엔 분명 3일의 연휴가 꽤 여유있어 보였다.
토요일에 출근해서 하루쯤 초과 근무를 해도 아무렇지 않을만큼.
그치만 어느새 휴일의 마지막날이 와버렸다. 쉬는 날이란 게 원래 그런 거지… (음.. 그치만 아쉽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늦잠을 잤고, 또 이불 빨래를 하고, 청소기를 돌린 뒤 식사를 준비했다. 청소 다 하고 여유롭게 먹을 때 뭔가 할 일을 끝낸 사람처럼 기분이 좋다. 딱히 내 요리 실력이 좋다곤 할수 없으나,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대신 장점은 만들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 이 정도면 됐지 뭐ㅡ 그리곤 혼자 있어도 할수 있는 한 최대한 이쁘고, 정성스럽게 만들어 먹자! 는 모토에 따라 냉장고에 있는 아이들을 다 꺼내서 총집합시켰다.
쨘!
연휴 마지막날의 브런치^^
다 담고 보니 요리라고 하기는 쫌 ㅎㅎ
그냥 썰기와 담기, 로 해두지 ㅡ
재료의 조화가 잘 맞는지(?)는 쫌 의심스러우나, 탄단지 영양소 조화가 잘 맞는 거 같으므로 패스^^ㅡ 사실 그때 그때 먹고 싶은 걸 먹는 타입이다 보니 이 음식과 저 음식의 조화로움은 생각 안할 때가 많다 ㅎㅎㅡ
언젠가 아빠가 몇주간 동생집에 올라와 있는 동안 엄마가 거의 밥을 해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곤 쫌 화가 났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랬더니, 하나는 귀찮아서. 또 하나는 동네의 다른 친구분들 집에서 돌아가면서 같이 먹느라고. 후자가 이유라면 뭐 이해가 되기도 했다. 우리 고향 동네는 좁디 좁은 데다가 다 먼 친척들이 많아서 한 집에서 맛있는 거 만들면 불러서 다같이 먹는 게 자연스러웠으니까. 그치만 귀찮아서, 라니. 그럼 그간의 밥은 다 아빠를 위해 한 거였어? 혼자서 무슨 재미로 먹어..? 라는 거라면, 있을 때 좀 더 잘 해주지 그랬어요? 하지만 어쨌든 아빠가 없을 때 끼니를 대충 먹는 엄마의 모습은 쫌 걱정스러웠다. 혼자 있어도 좀 제대로 챙겨먹어요!!! 왜 엄마들은 자기가 먹을 건 대충 만드는 건가, (물론 몸이 피곤하고, 그래서 넘어가고픈 귀찮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속상해서 화남ㅠㅠ)
그래서인가, 엄마는 내가 제대로 먹고 사는지에 대해 염려가 많다. 아,,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는데, 굶고 살았음 이 몸을 유지할 수가 없지 ㅎㅎ 그래서 오늘같이 한가로운 주말엔 식사 사진을 찍어서 가족 단톡방에 올려준다. 물론 그럴 때도 한 소리가 덧붙여진다. 이것도 몸에 좋다는데, 저것은 피를 맑게 해준다던데, 지난번에 준 반찬은 다 먹었니,, 등. (그렇게 다 챙겨먹으려면 한 끼에 도대체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하는지,, 난 지금도 많이 먹는 거 같은데?)
근데 요즘은 막내 동생이 제일 반응이 빠르다.
오늘은 “ 언니, 우리도 언니 집 가도 돼? ” 란다.
어랏,, 이건 예상 못한 시나리오다.
(음.. 우리? 우리라 함은 조카들이겠지… )
어… 쏘리,, 노놉^^;;
나 일하러 카페 갈거야(이건 진짜다)
동생은 농담이라고 했다. (그런 농담 막 하지 말아줘 놀랬잖아 ㅎㅎ)
엄마는 갑자기 막내 동생이 애 보느라 힘들어서 그렇다며 안쓰러워하기 시작했다. 음.. 그렇지만.. 할 수 없죠. 빨리 나가야겠다^^
막내 동생도 엄마랑 비슷하게 혼자서 무슨 재미로 놀아? 무슨 맛으로 혼자 카페 가? 라는 편이었으나, 요새 육아에 지쳐서인지 종종 혼자 있고 싶댄다. 그리곤 내가 방학하기만을 기다리며 맛집 리스트를 쌓고 있다. (음.. 저렇게 먹고 싶은 게 많은 걸 보니 우울감이 심각하진 않은 듯 하여 다행이다) 그래, 방학 되면 쫌 놀아줄 순 있지.
하지만 나도 혼자 먹고 놀 시간이 필요해서ㅡ
쏘리 씨스터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