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법 왜곡죄'로 생각해보는 목적과 수단

by 햇볕 냄새

지난 한달 간 신문을 구독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1면에 '내란'과 관련된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중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인 듯하다. 처음 '법 왜곡죄'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물음표 표시를 했다. 이건 도대체 뭘 말하는 거지?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판사나 검사 등이 고의로 법을 왜곡하여 기소 또는 판결하는 경우에 처벌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형법 개정안 제123조의 2(법 왜곡)
법관, 검사 또는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여 당사자의 일.
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2.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
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된 증거를 그 정을 알면서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한 경우
3. 폭행, 협박,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 사실을 인정
하거나 또는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

이 조항을 보자마자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법조계가 수사와 판결에 더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임하게 하는 장치가 될 수 있겠다, 억울하게 벌을 받는 사람이 조금 더 줄어들려나.. 하는 생각. (과거 고문과 조작된 수사 결과로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재심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가, 꼬꼬무,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으으으... 화가 날 때가 너무 많다.)


그러나 법관 및 검사의 '의도'나 '목적'이라는 것은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 거지?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판사나 검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될텐데?(나 같으면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을 맡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의도'나 '목적'이라는 것은 명시적으로 드러날 때도 있지만, 마음 속에 있어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의 행위나 결과만으로 누군가의 목적을 추측한다고 할 때는 그 역시 잘못 추측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이것을 '누가' 판단하는가는 더더욱 의문이다.


누군가는 자기 양심에 어긋남이 없게 잘 수사하고 판결하면 되는 거 아닌가? 켕기는 게 없으면 이런 법을 만드는 게 뭔 상관인가? 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것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할 때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와 그것을 제도로 만들 것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것이 현실화된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내가 법조인이 아니고, 아는 사람 중에 판검사, 경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도 이런 법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잘못 만들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공존하면서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나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도 그것을 달성하는 수단이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하는 것이라면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더구나 그 희생이 제도를 주장하는 사람 본인이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가끔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상황(예를 들면, 한 명의 과학자를 희생시켜서 전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토론하다 보면 궁지에 몰릴 때가 많았다. 설령 그것이 부적절한 수단이라고 해도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히려 부작용이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무책임한 것 아닌가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스스로도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법 왜곡죄' 신설 논의를 보면서도 어느 한쪽을 단적으로 지지해서 찬성, 반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단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가 된만큼 과거에 비해 고의적인 조작 수사나 판결은 줄어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 실태나 피해가 어느 정도인가? 이러한 조항이 필요할만큼 의도적인 법의 왜곡 문제가 심각한 것인가?


또, 이러한 조항을 만들지 않고서는 의도적으로 잘못된 수사나 판결을 내린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다른 방법보다 이런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은 무엇인가?


이 조항을 현실화했을 때 발생가능한 문제와 그러한 조항이 없을 때의 문제 중 뭐가 더 큰가? 양적인 수량뿐 아니라 질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것은 무엇인가?



과거의 많은 잘못된 수사나 판결을 보고 분노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재판, 수사 관련 종사자들은 자신의 직업 윤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나는 그들을 너무 믿고 있는 걸까?


하지만 믿음이 없는 사회는 모든 것을 감시하고 처벌해야 하므로 끔찍하다.


또 소수의 일탈자를 처벌하기 위해 모두에게 불신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직업 윤리의 준수가 아주 중요하고, 공익에 기여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더더욱.


타인과 사회가 나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내 의도가 의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결국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형식적인 절차를 준수하는 것으로만 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법'을 적용하는 영역은 더욱 '상상력'과 '이해', '판단'이 중요한 곳이라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조문과 절차를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에 그치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우리 사회 전체의 불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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