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 본 적 없는 가게 홍보

울산 초밥집, <스시은>

by 햇볕 냄새

방학을 하고 한동안 게으름을 부렸다.

신문도 한켠에 미뤄두고 대충 대충 읽었다. 그러다가 구독료가 아까워질까 싶을 무렵 반가운 기사를 만났다. 울산의 한 초밥집을 소개하는 기사였다. 나는 울산이라는 도시도, 그 가게도 가 본 적이 없지만 울산에 살거나, 그곳에 가게 된다면 한번쯤 들러봤으면 해서 제목 그대로 가 본 적 없는 가게를 홍보하는 글을 쓰고 있다.



초밥집의 이름은 <스시은>_

이름은 초밥(스시)과 노인(실버=은)을 합쳐서 만들어진 거라고 한다. 이름만으로도 벌써 감이 온다.

이 가게는 평균 연령 68세의 노인 20여명이 식재료 손질, 서빙 등의 일을 하는 곳이다. 초밥을 만드는 주인장은 40대 초반, 주인장은 이전에 초밥집을 운영하다 폐업한 뒤 다른 일을 하다 울산 남구의 시니어클럽이 정부의 지원 사업에 공모하면서 이 가게를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매일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한달에 약 60시간 정도를 일하고 월 62만원의 급여를 받는다고 하는데, 많지 않아도 직접 번 돈이라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 가족들에게 한턱 내기도 했다며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하는 할머니의 얼굴을 상상하니 그 뿌듯함과 좋은 기분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어르신들도 그렇지만, 초밥집 사장님의 마음을 생각해도 좋은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이전에 폐업했던 일로 다시 일어선다는 마음에 스스로 대견할 것만 같다(내가 그 상황이라면 나는 내가 기특할 것 같다^^)


인터넷으로 가게를 검색해보니 아직 생긴지 얼마 안되어 리뷰 같은 건 거의 없다.

메뉴도 아주 단출하다.

초밥과 우동, 곁들이는 주먹밥이 전부다.

하지만 원래 맛집은 메뉴가 많지 않은 법! (사장님 혼자 요리를 해야 하니 아주 다양한 메뉴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격이 아주 착하고, 구성이 알찼다. (모둠 초밥에 죽이나 튀김, 돈까스 같은 것을 바꿔가며 곁들여 주는 것 같다.)


우리 동네에 있다면 자주 들렀을 것 같다.

모두가 힘든 시대에 이런 가게가 잘 되고, 또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직원 평균 나이 68세,

딱 우리 엄마의 나이다. 요양 보호사로 일하는 엄마를 생각하니 동네에 저런 일자리가 있다면 종종 나가서 서빙도 하고 돈도 벌겠다고 지원을 했을 것 같다. 엄마는 무릎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도 일을 계속 하겠다고 해서 고민이었다. 이제 그만 하고 쉬엄 쉬엄 살라는 내 말에 엄마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직접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아빠랑 먹을 고기 반찬도 사고, 우리 생일 때 옷이라도 한 벌 사줄 수 있다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내 손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주에 10년 전 담임을 했던 제자가 찾아와 그런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도대체 왜 일을 해야 해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신랑될 사람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 한 명은 먹여살리겠다고 해서 더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이제 돈을 벌 필요도 없는데 일을 왜 해야 하는 거지? 라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


이런저런 상투적인 이유를 이야기했지만, 인간관계와 일이 너무 힘들어서 안정된 직장을 뛰쳐나온, 아직 20대인 제자에게는 내가 말한 일의 의미 같은 것이 와닿지 않을 것 같다. 그 무렵엔 나도 능력만 된다면 일을 그만두고 편하게 살고 싶었으니까(지금도 일요일 오후만 되면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해지니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원래 그런 거겠지만,

이상하게 일을 할 수 없을 때가 온다는 것이 조금씩 실감이 날수록 일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계속하고 싶어해도 언젠가는 이 일을 할 수 없게 될 때가 온다. 그 때 나의 하루는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질까.




어제 추적 60분에서 SNS의 고수익 성공팔이에 현혹된 10대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보자마자 우리 애들도 저런 거에 빠질까봐 무서워졌다.


하루하루 노력해서 얻은 그 작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게 될까봐.

(운좋게 사기를 당하지 않더라도, 그 소중함을 잃게 되면 이후 인생의 많은 것들이 덧없고 재미 없어진다는 것은 꼭 알려주고 싶다.)


딴 길로 샌 것 같지만,

다 관련이 있는 의식의 흐름이다. ㅎㅎㅎ


스시은 사장님과 직원분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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