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빼고 나면 뭐가, 누가 남아? 가장 중요한 하나

<One Thing(원씽)>

by 햇볕 냄새

“ 나 첨에 샘 워커홀릭인 줄 알았잖아. 하도 말을 안해서”

“ 워커홀릭이라니?? 난생 처음 들어봐요 그런 말. 전 정시에 퇴근하고 싶어서, 일 끝나고 쿠킹 클래스도 다니고 운동도 다니려고 학교 옮긴 거에요. 제 시간에 퇴근하려니 일과 중엔 바빠서 얘기할 틈이 없을 뿐… 저야말로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내가 지금 근무하는 곳으로 옮긴 이유는 집이랑 가까워서, 그래서 퇴근 후 시간을 맘껏 누릴 수 있어서였다. 그 외의 다른 이유는 없다. 동료도 바뀌고 매년 애들도 바뀌지만 학교와 집의 거리는 바뀌지 않으니까, 난 변하지 않을 것만 보고 여기를 택했다.

그런 내가 워커홀릭? 말도 안돼ㅡ

워라밸은 당연히 중요하죠, 아주! 매우!!


그런데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내가 일과 삶에 균형을 잡고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엄마는 전화하면 맨날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하니, 동생은 전화 첫마디가 아이고 언니 요새도 바쁘지? 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다섯살 먹은 조카조차 “ 이모는 왜 놀지 않아요? “라며, 돈은 자기 아빠가 벌어올테니(흑흑 제부….), 많이 벌어서 이모도 나눠주라고 할테니 그냥 자기랑 놀잔다. 짝꿍샘의 말처럼, 우리 식구들도 나를 워커홀릭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그래서 언제나 마지막은 넘 무리하지 말고 잘 자고 잘 챙겨먹어~ 로 끝난다.


음..

다른 식구들 말은 다 괜찮았는데,

조카의 말은 꽤 충격이었다. 같이 놀다가 갈 때 되면 “ 이모 이제 일 하러 가야 해. 할 일 많아. “라고 했던 게, 이런 결과를 낳은 걸까. 어찌됐든 바쁜 것은 맞다. 할 일이 많은 것도 맞다. 사실, 더 정확히는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그래서 조카한텐 일하러 간다고 했지만, 그 일은 내게 진짜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나에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일로 분류되지 않기에.


어쨌거나 스케쥴러는 빼곡하니 할 말은 없다.(구차한 변명을 하자면 난 잊어버릴까봐 아주 작은 일도 적어놓는 경향이 있다^^;;;;)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가 필요한 삶ㅡ


근데 말이야

그 많은 일 중에 제일 소중하고 중요한 거 하나만 고르라면 뭔데? only one, one thing을 선택해야 해.

글도 잘 쓰고 싶고, 수업도 잘 하고 싶고, 요리도 , 음악도 잘 하고 싶다고? 아, 욕심이 많네, 그걸 다 잘 하고 싶다는 건 우선 순위가 없는 것과 비슷해. 아, 그러고보니 욕심만 많고 간절함은 없는 것 같아. 그렇게 다 잘 해내고 싶단 건 특별히 더 잘 해내고 싶은, 한마디로 간절히 원하는 건 없다는 거니까. 세상의 모든 게 마찬가지야. 다 가질 순 없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값지고 귀한 걸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큰 댓가를 치러야 해. 한 마디로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거지.

일만 그런 줄 알아?

사람도 그래, 어떤 사람을 간절히 좋아하면, 그 사람이 1순위가 되면 내가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어떤 것을 그 사람 때문에 버릴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해.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것, 우선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건 그런 거야. 그러니까 그 하나의 무엇, one thing을 찾고 거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게 중요해. 일이든 사람이든 자기가 1/n이 되길 바라는 경우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하나만 골라야 돼. 일도, 사람도.

음악 빼고 운동 빼고 요리 빼고… 이렇게 하나씩 빼기.

그럼 맨 마지막에 뭐가 남지?

없어도 괜찮은 사람, 가끔 봐도 살만한 사람 빼고 또 빼고..

그럼 맨 마지막에 누가 남지?


근데, 그렇게 생각하는 너 그거 집착 아니야??

아니 요즘처럼 멀티 플레이어의 시대에 하나만 판다는 거 너무 시대착오적인 거 아니니??



<원 씽>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을 계속 했다.

내 안의 나는 나 밖의 또 다른 내가 되어 계속 답하고 묻고 반박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게으르구나, 생각했다. 난 할 일을 데드 라인까지 미루는 습관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렇게 밀리는 것은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의무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해야 할 일과 하고픈 일이 있을 때, 대개 나는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한다. 이건 아주 고치고 싶은 습관이다. 어쨌거나 난 스스로 부지런까진 아니어도 게으른 사람이라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이 책이 처음 그런 자아성찰을 하게 만들었다. 난 그냥 분주하기만 한 사람인 걸까? 아… 그럼 최악인데.. ㅜㅜ


이 책은 나에게 달력과 스케쥴러에 빼곡히 적힌 할 일 목록을 지우라고 했다. 한정된 에너지를 넓게 쓰려하면 하나 하나에 들어가는 노력은 종잇장처럼 얇아진다는 것이다. 문득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이렇게 시간표를 짜다가 정작 중요한 것 역시 한 두 시간밖에 못한다는 걸 몸으로 느낀 순간이 떠올랐다. 왜 이렇게 시간이 부족하지? 잠 자는 시간을 줄여야 하나? 영어 공부도, 독서도, 운동도 다 조금씩. 근데 이거 다 필요한 거고, 해야 하는 건데 뭘 빼지?


근데 이 책에서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애.

더하기가 아닌 빼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긴다.


원하는 일이 어떤 것이든
최고의 성공을 원한다면
접근 방법은 늘 같은 방식이어야 한다.
핵심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파고든다는 것'은 곧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일을 무시하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모든 일의 중요성이
똑같지 않음을 인식하고,
가장 중요한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이 '원하는'일을 연결짓는 아주 단호한 방식이기도 하다.
탁월한 성과는 당신이 초점(focus)을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19쪽)


그렇게 바이올린 레슨이 빠져나갔다.

여행도 서서히 내 삶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영어 공부도 내게 그리 급하지도 중요한 것도 아니었지.


자, 마지막에 뭐가 남았어?

응. 그걸 하는 거야.


균형 잡힌 삶? 아니 ㅡ

워라밸 말고, 마지막에 남은 하나에 올인! 하는 거지.

인간 관계도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내는 거 말고,

일도 팔방미인이 되려 하지 말고,

그냥 어떤 건 놔 버리고

좋아하고 중요한 한 쪽으로 확 기울어진, 불균형의 삶.


이제 그렇게 살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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