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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볕 냄새 Jun 28. 2022

스핏츠(Spitz)의 노래

슬픈 일들이 흩날릴 때 나에게 오라는

30대 초반

내가 한달 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동생은 회심에 찬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 언니!

  언니가 없는 동안 내가 언니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 "

" 뭔데?? "

" 봐봐, 내가 마사무네(일본 밴드 스핏츠의 보컬)에게 팬    

  레터를 썼어. 언니 이름으로 "

" 응... 뭐라고???? "

" 어때? 괜찮지? 완전 서프라이즈지??? " 헤헷..


환한 얼굴로 나를 위해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자랑하는 동생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니..?


" 뭐라고 썼는데? 콘서트나 좀 오라고 적지. "

" 아니, 그냥 우리 언니가 당신을 너무 좋아하니까

  우리 언니 좀 만나주세요! 라고 적었어.

   참고로 우리 언니는 아주 좋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ㅋㅋㅋㅋㅋㅋ "

" .... 야! 자기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진짜

   좋은 사람 봤어? 나 무슨 스토커 같잖아. "

" 아니야, 해외에서 오는 팬레터잖아!.

  마사무네 성격이라면 다 읽어볼 거야.

  혹시 알아? 만나줄지도. "

" 너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

" 응! 나라면 만나줄 거 같은데.

  그리고 만나주면 다 때려치우고 가서 공연 기획자라도     

  되어볼 거 같은데. "


아아아ㅡ

나도 대책이 없는 무대뽀 인간이지만

내 동생이라는 인간은 정말로 정말로 대책도 근본도 없는, 그냥 생각하면 다 이뤄질 거라 믿는 낙천주의자_

그런데 나는 동생의 바로 그런 점을 사랑한다.                                                                                 

자기가 마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저 근거 없는 자신감.


" 언니, 나는 OO가(현 우리 제부) 결혼하자고 했을 때, 꿈에서 니노미야(아라시 멤버)를 만났어. 니노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서 이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진짜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고. 꿈 속에서지만 ㅋㅋㅋㅋㅋ “ (뭐?? …응, 맞아, 이게 내 동생이고, 우린 쌍둥이라 대놓고 닮았으며, 결국 나도 비슷한 과의 인간이었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한 동안 나는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지도 교수님이 아신다면 배신감을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그 무렵의 나는 전공보다 일본어를 더 열심히 공부했다. (그때는 박사 과정까지 밟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냥 이것저것 배우는 게 재미있을 뿐이었다.)

내가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했던 이유는 온니 스핏츠의 쿠사노 마사무네에게 팬 레터를 쓰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노래를 자막 없이 알아듣고 싶어서였다.

나는 덕질을 꽤 좋아하는 편이고, 한번 빠지면 푹 빠지고,

이동진의 말처럼 "모든 덕질은 보상을 받는다"라고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스핏츠(spitz)ㅡ

미스터 칠드런과 함께 일본의 국민 밴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민 밴드라… 자신의 노래가 교과서에 실린 게 너무 이상하다던 마사무네라면, 이런 수식어를 안좋아하거나 어색해 할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스핏츠는 저항성 넘치는? 롹! 밴드니까ㅡ) 사람들 말로는 미스터 칠드런이 투사나 철학자 이미지라면, 스핏츠는 더 서정적이라 시인이나 화가 이미지에 가깝다고 한다. 마쟈, 그리고 난 그 시 같은 아름다운 노랫말을 좋아한다.


(모든 멤버들이 연예인? 느낌이 잘 나지 않는 수수하고 소박한 요 밴드 아저씨들은 다 귀엽지만^^ 어찌됐든) 내가 스핏츠를 좋아하게 된 건 전적으로 보컬인 마사무네 때문이었다. 주성치를 묘하게 닮은 마사무네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언제나 소년 같다. 얼굴이 어려보이는 게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행동, 말이 그랬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좋았다. 곤충을 좋아하고, 감성이 풍부하고, 사극 같은 데서 단역을 맡은 악역들이 쉽게 죽는 걸 보면서 그들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걸 떠올리는 마음. 검소한 생활습관, 어이 없게 고향이 (내가 좋아하는) 후쿠오카라는 것까지 ㅋㅋㅋㅋ 또 좋으면 전부 다 좋은 나.


그 수많은 곡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두구두구두구!!!!! <사랑의 노래>

https://youtu.be/7-uOc8XnmIM


누구나 이런 순간에는 이런 곡! 하는 노래가 있겠지.

나는 컨디션이 좋을 때는 다양한 노래를 듣지만, 뭔가 다운될 때는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그래서 ' 아, 나 요즘 상태 안 좋구나.. '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된 노래랄까. 그리고 또 이상하게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 그것만으로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아마 내 무의식은 스스로 치료제를 알아서 잘 찾는 것 같다^^


사실 멜로디는 단순하고,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운 느낌도 드는데,, 그래서 더 더 더 좋다.


이 노래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은

‘슬픈 일이 흩날릴 때 내게 오면 좋겠어’ 와

맨 마지막 부분,

‘우유빛의 좁은 길을 뒤돌아보지 않고 걷는다’

그래서 내가 슬플 때 이 노래를 찾나보다.

다 듣고나면 나도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가지ㅡ


おさえきれぬ 僕の気持ち

おかしな夢ばかり見てさ

だけどここに 浮かんでいる

君の頭の上にいる


억누를 수 없는 나의 마음

이상한 꿈만 꾸고 말이야

그래도 여기에 떠 있어

당신 머리 위에 있어


悲しいこと 飛び散るとき

僕のところに来て欲しい

きのうよりも あしたよりも

今の君が恋しいから


슬픈 일이 흩날릴 때

내게로 왔으면 좋겠어

어제보다도 내일보다도

지금의 당신이 사랑스러우니까


君と出会えたことを僕

ずっと大事にしたいから

僕がこの世に生まれて来たワケに

したいから


당신과 만났던 것을 나는

계속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으니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로

하고 싶으니까


ミルク色の 細い道を

ふり返ることなく歩いてる

きのうよりも あしたよりも

今の君が恋しいから

우유 빛의 좁은 길을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가고 있어

어제보다도 내일보다도

지금의 당신이 사랑스러우니까


출처: https://jknemurihime.tistory.com/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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