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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볕 냄새 May 08. 2022

부치지 않은 편지

왜 이걸 간직하고 있던 걸까

편지를 쓰려고 편지지를 뒤적이다 오래 전 제자에게 주려고 쓰다 만 편지를 발견했다.

다시 읽으니 그때 그 순간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그냥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왔다던,

주저리 주저리

오늘은 이랬고, 저랬고..

옆에 앉아 이야기를 하던 학생이었다.

나는 그 아이의 고2 때 담임,

이 편지를 쓰던 때는 아마 고3 입시를 앞두고 불안과 스트레스가 많았던 시기였을 거다.


근데 왜 난 이걸 전해주지 않은 걸까…

편지를 읽다가 문득

이딴 말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졌던 것 같다.

내가 아무리 그럴 듯한 말을 갖다댄들 그 마음을 어떻게 다 알고, 감히 위로한다거나 격려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그냥

들어주자.

나는 니 맘 다 알진 못해.

그렇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다 털어놓고 싶은

그런 날

그냥 와서 얘기하면

들어줄게.


그래서 부치지 않은 편지.

그렇게 쓰다 만 편지가 또 여럿 있었다.

그래도 전해주는 게 좋았을까.

그 애는 내 마음을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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