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걸 간직하고 있던 걸까
편지를 쓰려고 편지지를 뒤적이다 오래 전 제자에게 주려고 쓰다 만 편지를 발견했다.
다시 읽으니 그때 그 순간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그냥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왔다던,
주저리 주저리
오늘은 이랬고, 저랬고..
옆에 앉아 이야기를 하던 학생이었다.
나는 그 아이의 고2 때 담임,
이 편지를 쓰던 때는 아마 고3 입시를 앞두고 불안과 스트레스가 많았던 시기였을 거다.
근데 왜 난 이걸 전해주지 않은 걸까…
편지를 읽다가 문득
이딴 말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졌던 것 같다.
내가 아무리 그럴 듯한 말을 갖다댄들 그 마음을 어떻게 다 알고, 감히 위로한다거나 격려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그냥
들어주자.
나는 니 맘 다 알진 못해.
그렇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다 털어놓고 싶은
그런 날
그냥 와서 얘기하면
들어줄게.
그래서 부치지 않은 편지.
그렇게 쓰다 만 편지가 또 여럿 있었다.
그래도 전해주는 게 좋았을까.
그 애는 내 마음을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