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영 작가,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에 이런 대사가 나왔다.
좋기만 한 사람
내가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 불편한 구석이 있어요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혹시 그게 내가 점점 조용히
지쳐가는 이유 아닐까....
늘 혼자라는 느낌에 시달리고
버려진 느낌에 시달리는 이유 아닐까...
한 번 만들어 보려구요. 그런 사람을...
상대방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에
나도 덩달아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고..
그냥 쭉 좋아해보려고요.
방향없이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이젠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요.
문득 나는 어땠나 생각했다.
그래서 대사를 다시 찾아 보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다.
그리고
좋았다.
근데 이런 사람이 가능하긴 한가?
어떻게 사람이 좋기만 할 수 있지?
그냥 거슬리는 것도 쫌 있고, 가끔 미운 구석도 있는데
그래도 그간의 정이란 게 있고, 또 좋은 점이 더 많으니까 그걸로 싫은 거 다 덮으면서 연애하고 친구하고
그런 거 아닌가.
근데
그냥 좋기만 한
그런 사람 있으면 진짜 좋겠다.
생각만 해도 좋고 기쁘고
나랑 안만나고 연락도 안하고
놀아주지 않아도 그냥 좋은 사람
인생이 날마다 날마다 꽉꽉 채워지는 기분일 거 같아.
상대의 반응 같은 거 상관 없이
내 마음의 방향키만 잘 쥐고 있으면 되니까
우정이든 애정이든
쓸데 없는 자존심, 질투 이런 거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그냥 잘 되기를 응원하다가
미정이 말처럼 잘 되면 훨훨 날려보내주는 그런 사람.
근데 이런 사람은
그냥 멀리서 보고 응원만 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질투도 없고, 불안도 없고,
그냥 쭉…
그렇게 좋아만 할 수 있지ㅡ
나는 아무래도 아직 덜 되었나봐.
그랬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나한테만 장난치고
내 앞에서만 이상한 댄스를 추며
“ 샘한테만 그래~ 나 원래 쉽게 맘 여는 사람 아닌데,
어떻게 그런 말 했지? ^^”
애교를 부리는 동료 선생님
나한테만 이상한 거 다 보여줄 수 있는데
같이 근무 못하면 어떡하지, 하던 그녀
“ 샘은 교직을 오래 안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
근데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쓸쓸하더라.”
“ 우리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게 될 건데,
내가 교직에 있고 없고가 그렇게 다른가”
“ 응, 느낌이 달라.”
내가 교직에 없다면 그 생각만으로 쓸쓸해진다고 말해주는 동료가 있다니. 그러고보니 휴직했을 때도, 갑자기 전화해서 “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라고 해서 감동을 줬었지.
나 그 말 너무 좋아해.
그냥.
아무 이유가 없는 게 좋아.
나의 동네친구, 퇴근 메이트^^
오늘은 그녀를 떠올리며 꽉 채워진 마음으로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