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by 한은화

K,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는 귀찮은 건 죽어도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인데

유일하게 헛소리를 적는 일기장에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적는 건

귀찮지만 그 귀찮은 마음을 꾸욱꾸욱 눌러 담으며 글씨를 휘갈긴 채

별 의미 없는 시간의 잡 소리를 담아보고 있어요



오늘 일기를 쓰다가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볼까 했다가

이야기까지 적을 힘은 없어서 그냥 당신의 이름 세 글자를 적어보았어요

아직은 내 일기에 당신을 넣기엔 나는 너무 겁쟁이고, 당신 또한 나에 대해 아는 게

너무나도 없기 때문이겠죠



사람은 왜 모든 걸 알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흥미가 식어버릴까요

그럼 그 자리에 안정감이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저는 평생을 아슬아슬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그런지

안정감 대신 또 다른 무언갈 채우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에요

당신은 이런 짓궂은 나를 알까요?



알지 않더라도 괜찮을 거 같아요, 당신은 내 짓궂음을 즐기는 사람이니까.



제정신이 아닌 세상에 제정신인 상태로 살아가려니까

내가 고장이 난 건지 세상이 고장 난 건지

가끔 나오는 헛소리가 오히려 나와 당신을 더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거 같아요



우린 계속 이렇게 살아갔으면 싶기도 해요

세상에 결속되지 말고 또 서로에게 결속되지 말고

각자의 인생을 즐기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때 잠시 찾아와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누고 다시 또 다른 세상의 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거죠



지금 적은 말들 다 처음 느껴보는 생각들과 지녀본 적 없는 마음들이에요



난 당신에게 나의 시작을 줄게요

당신은 내게 당신의 결말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