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몰라서
무슨 말이라도 적어볼까 자판을 집어 들었다
어제 날씨는 참 좋았는데 나의 날씨는 참 안 좋아서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기분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린 게 맞기도 하다
매일 시간이 지나갈수록 느껴지는 우리의 관계성의 선명함이
나를 살아있는 지옥으로 보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이미 가장 사랑하는 당신을 내 안에 있는 인간실격이라는 선으로 긋고
그 어딘가로 당신을 계속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문제는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자꾸만 어딘가 깊숙한 곳으로 보내고 있다는 거다
언젠가는 당신이 봐주었으면 하는 글들을 작성하며
속앓이란 속앓이는 다 하고
현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거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이유 없이 갑자기 눈물이 벅차올랐다
아니, 어쩌면 이유는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의 결과는 왜 그렇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얄팍한 사랑이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사랑이 나쁘게 변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렇게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잠에 어떤 식으로 들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눈을 떴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핸드폰이 사실은 시끄러웠다
아마 당신이 내 세상에 없어서 조용하다고 느끼는 거겠지
누군가는 나를 사랑한다고 연락이 왔었고
누군가는 이런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마지막 누군가는 내가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알고 있다 이런 사랑은 언젠가 변질되기 쉽고
그 변질의 끝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아마 이런 식으로 자꾸만
회유하며 좋지도 않은 감각을 좋은 감각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영원한 거짓말은 없다
우리도 영원한 거짓말 이이기에
이제는 깨어 나가야겠지만 쉽지 않다
얄팍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속이 비추어지고 그 사이로 보이는 당신 마음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얇은 벽을 부수고
나가지 못하는 거 같다
원래 아는 게 많을수록 더 보인다고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