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내게 주어진 평생의 시간을 다 써서라도
나는 당신 앞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거야
살다 보면 왜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 문제를 맞닥트리곤 할까?
사람으로서 느끼기엔 정말 버거운 문제라고 생각해
아쉽게도 난 평생을 이성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지내와서
당신 앞에서 이성을 잃고 살진 못했어
그랬다면 듣고 싶은 질문에 대답을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늘 한 가지 빠져 있는 사람이니까
그게 아쉬운 거겠지
날씨가 추워져서 작년에 입었던 코트를 꺼내보았어
주머니에 영수증이 들어있었고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강남역 근처에 있는 어떤 꽃집에서 꽃 한 송이를 샀던 영수증이었지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어서 샀던 거 같은데
그때의 나는 잘 전달했을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실패한 거 같기도 한데
어쩌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꽃 선물이었기에 기억이 안 나는 거길 바라고 있어
나이를 먹으니까 참 두려운 것들이 많이 일어나
예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일들도 왜 지금은 이렇게 두려운 건지 모르겠어
그리고 내가 감히 나이를 먹었다고 말을 해도 괜찮을 나이인지도 모르겠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예전에는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너에게 물어보면 그만이었고
그 질문에 되돌아오는 너의 대답은 내게 확신이라는 결말을 주었는데
지금은 확신 없는 삶 가운데 서서 또 누군가의 확신이 되어주며 살고 있어
조금은 거만할지도 몰라, 나조차 확신이 없는 삶인데
다른 사람의 확신이 되어준다는 게 말이야
그래도 그 사람 인생에선 내 보잘것없는 사랑에 무너져버린 이 인생이
확신에 가득 차 있다면 어쩌겠어 평생에 감정을 그리고 마음을 보여주며
이게 확신이라고 말을 해주어야겠지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내 눈도
그 확신에 차서 나아가는 그 사람도
그 자리에 우리가 서 있었던 시절도
다 아름답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