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줘
소통(疏通, communication)
모든 이들이 원하고 바라는.
지겹도록 떠들고 필요하다 느끼는데도, 지겹도록 이루어지지 않는.
가깝게는 내 옆에 있는 사람부터, 멀게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의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심리적 거리감.
이러다 속 시원하게 ‘통’하는 날은 존재하는 sns의 기능들이 한 데 모이는 날인가.
지구 반대편 사람과의 채팅이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대화보다 더 잘 통할 때가 있다.
그럴 땐 괜스레 서글퍼지지.
정말 오랜만에 친구에게 손편지를 썼다.
타자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지겨운 이메일은 사무적으로 느껴진다.
그놈의 ㅋㅋㅋ이나 이모티콘을 남발하지 않아도,
손편지에 꾹꾹 눌러 담긴 필체와 펜의 느낌은 마음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나 역시 손에서 전해주는 편지를 받을 때면 마음이 쿵쿵.
나를 생각하며 펜을 들었을 순간,
첫 글자를 적기 전 나를 떠올리는 훈훈한 마음,
적은 부분이 오돌토돌해진 종이를 눌러 접어 봉투에 담을 때 까지 온전히 나와 연결된 시간이었겠지.
사라질 것들을 말할 때 선두로 꼽히는 손편지.
꽉 찬 마음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귀한 손편지는 오래 오래 사라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잊고 살기엔 너무나 미련이 남는 기억의 단편이기에.
/오늘 제목의 음악 : 사라질 것들(병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