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태어났어

나팔꽃 - 내가 다시 태어났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by 때때로

[기록을 시간순으로 하고 싶다가도, 가을 현재의 감상도 함께 기록하고 싶어서, 제 마음대로, 뒤죽박죽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월요일은 여름, 목요일엔 가을을 올려보겠습니다.]

8월 여름날 아침, 가족들을 차례로 배웅하고 부지런히 산책을 나선다. 아파트와 공원과 연결된 계단에서 하늘빛 여린 나팔꽃을 발견했다. 어릴 적에는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나팔꽃이었는데, 오랜만에 발견하니 무척 반가웠다. 조심스럽게 핀 나팔꽃은 곧 사라져 버릴 듯 부드럽고 얇은 꽃잎을 활짝 펼치고 맑은 파란빛을 비춰주었다.

그 시각 오전 8시 46분.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듯 사랑스러운 나팔꽃을 요리조리 사진에 담아보고 산책을 다녀와서 다시 보리라 하며 산둘레길로 향했다. 한 바퀴를 돌고 같은 자리에 와서 꽃을 찾는데, 두리번두리번.

'어디 갔지?'




같은 위치에 보랏빛으로 변한 꽃이 쪼그라들어 있는데, 설마 색깔도 다르고, 모양도 다른데 같은 꽃은 아니겠지? 사진을 뒤적뒤적하는데 나뭇잎의 위치가 같다.

9시 33분.


나팔꽃을 바라보는데, 왜 이렇게 짠하면서도 귀여운지 모르겠다. 남 같지 않다고나 할까.

내가 산책한 그 짧은 시간에 햇빛이 꽃잎 근처까지 스며들었던데 햇볕 때문에 그런 거니?

마음속으로 나팔꽃에게 소리쳐 본다.

"졸지 마! 나팔꽃"




서둘러서 나팔꽃을 검색한다.


나팔꽃은 여름 7-8월에 피는 꽃으로, 꽃잎에 안토시아닌 계열의 색소가 있는데, 산성일 때는 붉은색, 염기성일 때는 푸르게 변한다고 한다. 꽃이 피고 질 때, 햇빛, 온도, 수분 등의 영향으로 ph가 변화하여 색이 변한다.


꽃말은 덧없는 사랑, 결속, 기쁜 소식 등이 있는데, 나는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이 마음에 들었다.

나팔을 닮은 꽃모양이 기쁜 소식을 연상시키는데, "나 다시 태어났어요"를 전하는 것 같다.


나팔꽃은 5월에 파종해서, 4개월 정도를 생존하다고 하지만, 나팔꽃 한송이의 수명은 겨우 1일~3일.

이렇게 짧은 시간을 사는 꽃을 만난 나는 행운아였다. 그 짧은 수명 중에 꽃잎을 활짝 보여주는 시간은 또 얼마나 더 짧은가 그 순간을 마주하다니, 정말 럭키비키다.


나는 저녁 산책을 하며 다시 나팔꽃을 찾아보는데, 얼마나 작아졌는지 형체를 찾아볼 수 도 없다.

작아지고 더 작아져서 사라지지 않을 만큼만 사라졌나 보다. 과연 내일 나팔꽃을 만날 수 있을까?


다음날 아침 맑은 얼굴로 마주한 나팔꽃.

기쁜 소식이다!!!


미세한 햇빛과 온도, 수분에도 금세 쪼그라드는 나팔꽃이지만, 더 오랜 시간 자신을 충전하며 새로운 힘을 가득 안고 또 새롭게 태어났다. 다시 태어났다는 기쁜 소식을 안고.


비록, 다른 곳에서 본 나팔꽃들은 한낮 내내 피어있기도 했지만, 어린 왕자의 장미꽃처럼 특별한 나의 나팔꽃은 힘든 하루를 숨죽이며 다시 충전했고, 다시 살아냈고 활짝 피었다. 장하다.

나도 잘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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