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잘 살펴보자

청설모 - 숨긴 먹이를 찾는 방법

by 때때로

한창 밤과 도토리가 익어가는 시기에, 사람들도 청설모도 바빠졌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투두둑 투두둑 통통 밤과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몇몇 어르신들은 밤과 도토리를 주워 주머니를 불룩하게 채워 넣었고(동물들에게 양보하세요~^^) 청설모들도 분주하게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청설모는 벌어진 밤 사이로 잽싸게 앞발을 손처럼 넣어서 밤만 휙 빼내어 입에 물었다.

밤송이에서 밤을 가져가는 청설모
맛있게 밤을 새하얗게 까서 먹는 청설모

그리고는 나무에 올라가서 능숙한 솜씨로 밤을 앞발에 받쳐 들고, 이 사이로 돌려가며 껍질을 눈발처럼 날렸다. 밤을 멋지게 벗겨내는 모습을 감탄하며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밤의 새하얀 속살만 남겨 냠냠 먹고 있었다. 어느 날은 야무지게 가져온 밤을 낙엽이 가득 쌓인 나무 밑에 숨기고는 빠른 손놀림으로 여러 차례 토닥토닥하며 숨겼다.

그 모습을 보며 저 아이들은 숨긴 식량을 과연 찾을 수나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온 산을 빨빨거리면서 다니는데, 겨울에 숨긴 식량을 찾을 수는 있을까?


어느새 쌀쌀해진 가을.

오전 산책 시간은 청설모들의 아침 식사시간인가 보다. 잠시 산책하는 1시간 동안 청설모를 8-9마리 보았다. 청설모들은 나무에서 부지런히 내려와서 먹을 것을 찾는데, 다들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떤 작은 아이는 여기 조금 찾다가, 저기 조금 찾다가 멀리멀리 떠나가는데 영상을 찍다 보니 훌쩍 6분을 넘겼다. 청설모가 숨긴 식량을 찾다가 먼 산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 측은하다. '그래. 내가 여기저기 규칙 없이 숨길 때부터 알아봤다. 못 찾을 것 같더라.' 그러다, 나무 위의 큰 청설모는 나뭇가지에서 발을 까딱 까딱 까까까딱 하면서 다리를 떨더니 휘리릭 나무밑으로 내려와서 큰 나무 기둥을 살핀다. 살짝 파고, 안 나오니 조금 옮겨서 파고, 조금 더 옮겨서 파니, 커다란 밤이 나왔다. 큰 밤을 입에 물고는 원래 있었던 나무 위로 올라가서 열심히 껍질을 까고 여유 있게 먹는다.


역시, 한 우물만 파야하나? 역시 원숙미인가?


내가 제일 궁금한 것은 청설모는 과연 자신이 산 곳곳에 숨긴 먹이를 찾을 수 있는가였는데, 기억력과 후각, 지형을 기억해서 먹이를 찾아낸다고 한다. 숨길 때 나무 모양, 바위, 길 형태 같은 지형물을 기억해서 찾는다고 하니, 생각보다 아주 똑똑한 친구다. 간혹 다른 청설모나 까마귀, 까치들이 지켜보고 있으면, 진짜로 묻지 않고 흉내만 내는 기술도 보인다고 하니, 영리하다.


6분이 넘도록 자신이 숨긴 식량을 찾지 못하는 청설모를 보고 주머니 속에 부모님이 보내주셨던 밤을 넣어서 줄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들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겨울을 잘 준비하고, 먹이를 잘 숨기고 기억하고 찾아내며 살아가는 법을 연습할 수 있겠지.


오늘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보며 배운 것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파헤치지 말고, 내 주변을 잘 살피자. 잘 살피면 내가 뿌려둔 콩고물 그 무엇일 있을 수 있다!


참, 청설모가 찾지 못한 식량들은 땅속에서 뿌리를 내려 자란다고 한다. 내가 나의 때에 결실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 숨긴 씨앗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에게라도 좋은 그 무엇이 되면 좋겠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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