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 여름은 능소화
겨울에는 여름이 그립고, 여름에는 왜 겨울이 그리운 걸까. 두 계절 중 어느 것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봄과 가을을 좋아한다.) 여름은 극단적으로 덥고 습하고, 겨울은 극단적으로 춥고 건조하다. 그래서 나는 늘 그 시간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반대편의 시간을 그리워하나.
능소화는 40대가 되어서야 알게 된 꽃이다.
주홍빛 태양을 닮은 능소화.
화려한 색채가 눈길을 끄는 능소화는 나팔꽃 같은 통꽃에 하늘을 향해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밤낮으로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고 쪼그라드는 법도 없다. 하늘을 향해 줄기를 타올라가 하늘 끝까지 날아갈 듯하다.
능소화를 처음 알게 된 때는 2022년 여름이다. 2021년 봄에 아이가 아파서 1년여간 휴직을 했다가 복직을 하게 됐는데, 집에서 대중교통으로는 2시간여 걸리는 곳이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선배가 있는 곳이기에 기대감이 있었지만, 대중교통으로 계속 다니기는 힘든 곳이었다. 나의 근속을 위해, 남편은 재빠르게 중고차를 구매했고 덕분에 나는 자차로 30-40분이면 출근할 수 있었다.
그 출퇴근 길, 양옆에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
여름날의 아침빛과 저녁빛에 빛나는 그 꽃이 참 아름다웠다. 그러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낡은 사무실 주차장입구에 진한 능소화가 생생한 모습으로 나의 출근을 환영해 주었다.
그해는 능소화처럼 진하고, 치열한 여름날들을 보냈다. 다시 새로운 일과 환경에 적응하고, 또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그렇게 그 해의 뜨거운 여름은, 능소화가 길거리에 후드득 떨어지고 밟히면서 끝났다.
올해 여름날 산책길에서 능소화를 보면 여름이 왔음을 실감했고, 바닥에 흩어지는 꽃을 보면 떠나가는 여름날을 아쉬워했다. 여름보다는 늘 당당하고 생기 있는 능소화가 사라짐이 슬펐다.
여름은 능소화.
겨울은 눈송이.
찬란하고 소멸하는 것들.
반대편의 그 무엇을 그리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들을 실컷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