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도 일출과 일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자.

태어나는 것들과 저물어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by 때때로

나는 산책을 다닐 때면, 아름다운 것들을 내 눈에도 담고 언젠가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서 사진을 마구 찍어둔다. 여행 중 걷다가 내 시선이 머문 것은 건물 옆 마른 억새였다. 단단한 올리브색 벽 앞에서 흔들리는 마른풀과 풀의 그림자가 너무나 조화롭고 아름답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진한 그림자가 생동감이 있어서 전면의 억새는 가짜이고, 벽 뒤에 비치는 그림자가 실체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기 힘든 것들, 저물어가는 것들, 그러나 여전히 서있고 흔들리는 이런 것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마침 묵었던 숙소에 동백꽃이 피어나려 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꽃인데, 겨울에 선명한 붉은 꽃을 볼 수 있다니 반가웠다. 꽃들이 조금씩 비집고 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빨간 꽃잎을 슬며시 보여주는 꽃봉오리가 왜 이렇게 아름다울까? 만개한 꽃도 아름답지만, 그 태어나려고 하는 그 순간들에 마음이 흔들리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내가 태어나는 순간과 사라지는 순간을 좋아해서, 일출과 일몰을 좋아하는 건강생각에 다다른다. 한때 일출과 일몰을 너무 좋아해서, 가까운 곳에서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고 남편과 함께 따라다닐 때가 있었다. 이른 아침시간에는 동이 터 오는 산과 언덕을 향해 달려 나갔고, 오후 시간에는 한강과 바다를 향해 가기도 했다. 일출은 고요하지만 빛나고, 일몰은 고요하게 저물며 아름다운 빛깔의 노을을 만들어낸다.


똑같은 태양인데 하루 종일 볼 수 있는 한낮과 시작과 끝이 주는 마음가짐은 왜 이렇게 다를까. 한낮의 시간도 이런 애틋한 마음으로 살아가면 하루를 더 소중하 게 살 수 있을 텐데... 일출과 일몰을 사랑하듯, 나의 한낮도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


[월요일이 글을 올리는 날이었는데, 매우 매우 사소하지만 마음이 소란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꾸역꾸역 쓰려다가, 좋은 마음으로 쓰고 싶은 마음에 오늘 올립니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이런 생각들을 했구나, 또는 하게 되었구나 라는 지점들이 생겨서 참 좋습니다.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참 감사하고 기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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