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나무들
겨울 산은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헐벗은 나무들이 가득하다.
나무를 감싸고 있었던 풍성한 잎들이 사라지니 몸통이 훤히 보인다. 떨어진 잎들로 갈색으로 변해가는 겨울의 산에서 남은 나무들을 바라본다. 길쭉길쭉 자라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무들은 신기한 모양으로 휘어져 있기도 하고 반듯하게 자라기도 한다. 나무 나무 사이의 여백에 갈색빛과 하늘빛이 감돈다.
나무의 몸통과 가지가 이렇게 아름다웠었나?
회색 빛 효과를 준 것처럼, 색이 희미한 것들.
어둡지만 선명하고, 살아있다.
새벽 내 비가 와서 그런지 색들은 더 진해졌고, 맺혀있는 물방울은 무채색 속에 생기를 더한다.
나무들의 껍질들은 오랫동안 이곳을 지켰음을 알려주듯 갈라져있고, 나무를 감싸고 있다.
추운 겨울 내가 감싸줄 테니 잘 견뎌내라고 안아주는 것처럼.
내가 겨울나무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새둥지다.
앙상해 보이는 나무들 사이에서 누군가 살아갔음을 알려주는 새둥지.
봄, 여름, 가을 온통 잎이 감싸고 있어서 보기 힘들었지만, 새들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아기새를 낳고 자고 쉬고 비를 피했구나. 겨울의 나무는 그렇게 새들과 함께한 시간을 보여준다.
(겨울에는 둥지를 따뜻하게 보강해서 살기도 하지만, 보통은 살던 둥지를 떠나 건물틈, 나무 구멍 사이에서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덮인 것들을 거둬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날 것의 삶, 그대로의 아름다움.
사랑했던 순간들에 대한 아름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