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밤산책
아이가 자라면서 함께 산책을 하는 시간이 부쩍 줄었다. 나는 아이들과 같이 나가고 싶지만 코로나 시기를 거친 이후 아이들은 집 안에서만 머물고 싶어 했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밖에 나가고 싶어할 때는 친구와 함께 놀기로 할 때뿐이었다. 동그랗게 뜬 달도 아름답고 저녁밥 소화도 시킬 겸 아이에게 산책을 함께 나가자고 조른다. 청소년인 큰 아이는 엄마, 아빠를 봐서 잠시만 나가 주겠다고 따라나섰다.
얼마만의 밤 산책인가, 늦은 시간이라 아파트 단지 내를 걷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
애(딸)가 이상하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춤사위를 보여주고,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변을 빙빙 돈다.
갑자기 집라인을 보고 달려가더니, 슉! 타고 내려가면서 더 멀리 가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지렁이처럼 꾸물 꾸물 거린다. 뉘 집 자식인고, 정신이 아주 사납다. 이번엔 또 리드미컬하게 축지법('나 혼자 산다' 이주승 참고)으로 앞을 향해 달려가며 영상을 찍어 달라고 한다.
아이는 돌아와 찍은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영상 속에 있는 건 분명 우리 딸인데 내 얼굴이 있다. 남편이 영상 속 딸의 모습이 나인줄 알겠다고 하자, 딸이 말한다. "제가 더 예뻐요! "
맞다! 맞아! 아이야, 그런데 엄마는 자꾸 기가 빨리는구나.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아이가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행주산성 산책을 하고 나서 함께 팔짱을 끼고 축지법으로 웃으며 달려가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때도 경쾌하게 통통 거리며 뛰는 뒷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는데... 그날이 이렇게 문득 생각나듯 언젠가 이날도 몹시 그리워지겠지.
모든 소원을 들어줄 듯한 동그란 예쁜 달이 뜬 밤.
아이와 나와 남편이 정신없이 산책한 이 날.
나는 벌써 집에 들어가고 싶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