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네가 그립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는 어린이 도서관이 있었다.
나는 도서관 가는 길을 참 좋아했는데, 아파트와 초등학교 사이의 산책로를 지나 큰 가로수가 나란히
선 길을 10분 정도 걸어가면 도서관이 나왔다.
옛날 동네라 아파트도 낮고 햇살이 곳곳에 따스하게 머물고, 어린이 도서관은 작지만 창문이 크고 볕이 잘 들었다. 1층 열람실에는 아이들의 책이, 2층에는 어른을 위한 책이 있었는데, 도서는 많지 않았지만 그 정겨움 자체가 좋았고 알짜배기 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친구들을 만나러 오거나, 치아 교정을 받고 있어 나는 이 도서관에 한두달에 한번씩 올 수 있었다.
아이들은 살던 동네를 그리워해서 자주 친구를 만나러 왔고, 이곳을 '고향'이라고 불렀다. 둘째가 친구와 통화 중에 "나 고향에 왔어"라고 얘기해서 웃음 지었는데, 사전적 의미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고 하니, 아이에게는 정말 고향이 맞다.
아이의 전 생애를 살았던 곳.
둘째 아이는 이사한 후 동네에 다시 와서 나와 함께 걸으며 동네를 추억했다. 이사 간 곳은 아파트가 너무 많고 삭막한데, 옛 동네는 참 포근하다고. 자신이 학원을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길이라며 신이 나서 이야기하다가 자신이 이 길을 잊을까봐 두렵다고 한다. 언젠가 다시 왔는데 무엇이 있을지 기억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고.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옛 친구들과 학교, 동네를 그리워해서 걱정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금도 몹시 그리워하고 있다. 속상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마음을 받아주는 곳들이 있어서, 힘들 때 그리운 사람들과 장소들이 있어서 힘을 얻어 갔다. 깊은 그리움들이 따스한 응원을 해주었다.
나는 오늘 오전 산책을 미루고,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도서관을 다녀왔다.
예전엔 10분만 걸어도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30분을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어린이 도서관이 주었던 따스함들을 기억하며,
다시 도서관으로 간다.
10권의 책을 담아 다시 집으로 온다.
담긴 책들은 요즘 나의 마음상태를 보여준다.
특히, 요즘 나도 내 밥이 맛이 없는데 아이들은 어쩌랴.
아주 쉽~~~~~고, 맛~~~ 있는
비법요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