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꽃 사진을 찍게 된다.

젊음과 순간의 소중함을 알아보는 깊은 눈, 그리움의 눈

by 때때로

가족들과 제주도와 놀러 왔는데, 남편은 출근을 위해 떠나고, 나와 아이들만 남았다.

나는 마지막날 일정으로 한림공원을 선택했다. 아이들은 동굴과 길가에 돌아다니는 공작새, 파충류들을 보며 좋아했다. 시원시원한 야자수 나무가 곳곳에 있었지만, 나는 이대로 떠나기엔 아쉬웠다.

예쁜 꽃을 보고 싶었는데, 수선화 군락지는 황폐한 공터만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번만 더 가보자며 표지판을 따라가니 안쪽에 수선화가 한가득 피어있었다.

꽃은 노란색 작은 종이컵을 안쪽에 꽂아 놓은 듯하고, 흰색 꽃잎들이 노란 꽃을 두르고 있었는데, 수많은 꽃들로 채워진 공간은 마치 우리만 알고 있는 비밀의 화원 같았다. 하얗고 노란 물결, 향긋한 향기에 자꾸 숨을 들이마시며 꽃잎을 만져보게 된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행복하다"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방이 온통 아름다움으로 가득 찼다.


그 순간을 오래 기억에 남기고 싶어 꽃 사진을 자꾸 찍게 된다.

우리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그 고요한 시간.

행복하다. (아이들은 아니고 나만 행복했다.)

어느 날, 친한 언니가 자꾸 꽃을 찍는 모습을 보며 '어르신들이 꽃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으시던데, 언니도 나이가 많이 들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생긴 거였다.

젊은 날엔 잘 모르는, 그 젊음과 순간의 소중함을 알아보는 깊은 눈, 그리움의 눈이 생긴 거다.


그래서 '언젠가는' 꽃사진을 찍게 된다.



이상은의 노래 '언젠가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로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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