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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geous May 27. 2021

달리면서 명상하기

망고의 글: 런데이 4~5주 차를 마치며

먼저 달리기에 게을렀음을 밝힌다. 거진 3주에 걸쳐 4주차 달리기를 끝냈고, 또 6일 만에 5주차 달리기를 시작하여 오늘에야 5주차의 마지막 달리기를 끝냈다. 세어보니 4주 동안 달리기를 7번 했다. '달리는 여자들'이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그만두지 않았다. 그만두지 않는다는 건 여전히 도전은 진행 중이라는 거다.


게을렀던 이유엔 몇 가지가 있었다. 전주영화제에 다녀오기도 했고, 비도 왔고, 시간 문제도 있었고... 사실 이런 이유들이야 나열하자면 수도 없겠지. 항상 그랬다. 해야 하는 이유보단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더 많았다. 그런 것들에 지레 겁먹어서 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이걸 해도 '정말' 괜찮은가? 하고 나를 설득하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저질러 보기도 하고. 지금 되돌아 보면 대체로 저질러 버린 쪽이 나았다. 사실 대부분 저질러 버리고 마는 편이긴 했다. 그러니까, 내 고민들은 결국엔 없어도 되는 것들이었다.


생각이 너무 많긴했다. 블로그에 남긴 지난 글들에도 '생각이 많은 나'에 대한 얘기가 참 많지 싶다. 내 생각은 위로 발산하기 보단 아래로 파고드는 편이어서 종종 힘든 일을 만들었다. 그래서 명상을 부여잡았다. 명상이 좋다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지만 솔직히 별로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힘든데 생각을 멈출 수 없으니 우물을 파게 되더라. 작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6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완전한 프리랜서(=백수)의 길로 접어섰다. 말이 프리랜서지 당장 하는 일은 없었고, 대학원 입학도 3월이었기에 장장 2개월 간은 정말 프리-한 신세였다. 퇴사 전에도 겨울은 비수기여서 재택을 하는 기간이었는데도 이제는 직장이 없다는 사실이 버겁게 느껴졌다. 시간은 잘 가지만 초조하고 불안했다. 3월이 되어 고대하던 대학원 개강을 했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내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초조하고 불안하게 공부를 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고 나는 밑도 끝도 없이 침잠해 갔다. 끝을 모르고 가라앉던 나를 명상이 숨은 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명상에 빠진지 이제 6주를 넘었다. 그러고보니 명상과 비슷한 시기에 런데이를 시작했다. 어디서 봤는데, 달릴 때 뇌의 상태가 명상할 때와 같다고 한다. 명상과 달리기 모두를 겪어본 나는 그 말이 백번 맞다고 끄덕이게 된다. 러닝을 하고 난 후의 자유로움과 명상을 하고 난 후의 고요함은 동일한 흐름 속에 있다. 둘 다 나를 편히 숨쉬게 하고 평온 속에 잠들게 한다.


오늘 달리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의 공기는 시원했고 하늘은 맑았다. 황사가 심하다고 하는데도 내겐 쾌청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숨을 훅 들이 쉬다가, 그러다 울컥했다. 그냥 모든 게 좋아서 벅찼다. 달리기도, 나도, 또 달리기를 하는 나도. 머리는 산발에 땀에 젖은 여자가 울면서 길을 걸으면 청승을 넘어 이상해 보일 것만 같아 눈물을 꾹 참았다. 집에 와서 샤워하려고 옷을 벗으면서 으앙하고 울어버렸다. 요 몇 달간 울었던 이유는 다 슬퍼서였다. 무슨 일이든 간에 슬펐고 또 마음이 아파서 울었다. 오늘은 그저 행복해서 울었다. 모든 것이 감사했다. 


나의 러닝 하이는 감정의 고양을 거쳐 눈물로 나오는 거였나 싶은 생각이 잠시 스친다. 그치만 난 몇 분 달리지도 않았는데 러닝 하이는 오바 아닌가. 그럼 나는 그냥 울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건가... 눈물이 멈추니 별 생각이 다 따라온다. 아, 지금 골져스가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알람이 왔다. 그렇담 응원을 꾹 눌러줘야지.


to. 골져스

너의 글을 읽으면서 너무나 너 답다고 생각했어. 내가 아는 너는 늘 언제 어디서든 열심히 해. 그게 꼭 누구를 제치고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네 스스로에게 당당하고자 그러는 거 같아 보여. 그래서 나는 열심히 하는 네 모습이 좋아. 네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쓰는 거니까. 그런데 네 어머니가 말하신 "그냥 편하게 살아도 돼. 뭘 그렇게까지 무리해."라는 말이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을 건드렸나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방울방울 나온다. 나는 정말 편해지고 싶어서 자꾸만 바둥거리고 있었거든. 편해지려고 애를 썼는데, '그냥 편하게 살아도 된다'고 하시니까 난 노력할 필요 없는 일에 노력을 하고 있었구나 싶었어. 사실 요즘엔 애쓰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게 되었어. 그래서 아까도 집에 오면서 운거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이 좋아서. 아, 요즘 너무 자주 운다. 근데 울 수 있는 내가 또 좋아.      


동생이 퇴근 길에 찍어서 보내준 달 사진. 밤에 달리다보면 달이 나를 따라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참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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