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효재 Nov 08. 2023

작가 이효재의 탄생

저의 독자가 되어 주시겠어요?

[사진 출처 : unsplash]


로또 1등에 당첨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정답은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로또를 사기’. 그렇다면 계속 글을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싶다면? 적어도 나에게 있어 정답은 ‘브런치 작가 되기’이다.


늘 가슴속 깊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지만, 쉽사리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말들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가까운 지인들과 나누어도 어느 순간 내 약점을 들킨 듯 부끄러웠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는 무언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늘어놓은 찜찜한 마음이 들어 개운하지 않았다. 가까운 이들이 건네는 나를 위하는 말들은 그리 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퇴근 후 허겁지겁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정신없이 밀린 설거지를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종알종알 재잘댔다. 싱크대 물기를 닦으며 한숨 돌리고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자기 전 읽을 책 한 권을 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직하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꿈나라로 떠나고 나면 나에게도 책을 읽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요즈음 이러한 일들이 있어 즐겁고 힘들다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엄마 같은 존재가 내게도 필요했다. 하지만 내 곁엔 엄마가 없었다. 남편 또한 그러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운명처럼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를 만났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큰아이 덕분에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선생님은 유튜브와 책으로 초등학생과 부모에게 필요한 좋은 정보를 알려주시고 부모도 책을 읽고 쓰라 권하셨다. 워킹맘으로 두 아이를 열심히 키우시며 계속 읽고 쓰고 책을 내시는 선생님이 내 눈에는 멋졌다.     


그러던 선생님께서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 작가 지망생을 모집한다고 하셨다. 솔직히 말하면 브런치 작가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검색해 보니 승인된 작가만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쓸 수 있는 듯했고 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다시 살펴보니 포털 사이트 메인에서 우연히 보고 재미있게 읽었던 ‘조니워커’ 작가님 글이 바로 브런치에 있었다. 다음 편을 읽기 위해 인터넷 즐겨찾기를 해놓았었는데 그 플랫폼이 바로 브런치였다.    

 

작가가 된다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를 신청하기 전 내 마음을 다시 살펴보았다. 익명이라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또 앞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수다를 통해 허공 속에 흩어지는 말이 아닌 글쓰기로 마음과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하여 프로젝트를 신청하였다. 과정을 거치고 글을 한 편 써 브런치 작가에 응모하였다. 결과는 합격. 감사했다. 드디어 나의 대나무숲이 생겼다. 내가 작가라니. 내 이름 뒤에 붙은 ‘작가’라는 단어가 어색했지만 정말 작가처럼 듯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 사뭇 비장한 마음도 들었다. 짜릿하다. 신이 났다. 나는 이제 ‘작가 이효재’다. 나의 부캐는 이렇게 탄생했다.     




합격하고 보니 매주 한 편씩 글을 올리기는 쉽지 않겠다 싶었다. 이 글을 제외하고, 내가 처음 생각했던 주제에서 아직 1화도 발행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런, 울창해질 대숲을 위한 땅은 마련됐는데 대나무 묘목 하나 없다니.      


안 되겠다 싶어 컴퓨터 모니터용 보안 필터를 주문했다. 회사 컴퓨터에 걸고 타닥타닥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타다다닥-. 

조용하던 사무실에서 그 옛날 한메타자 베네치아 게임 타자 소리가 들렸다. 옆에 앉은 동료가 깜짝 놀라 모니터를 쓱 쳐다본다. 나도 화들짝 놀라 동료를 쓱 쳐다보며 어색하게 웃는다. 갑자기 무얼 그리 쓰느냐고 물었다. 다행히 보안 필터 각도를 미리 확인하였기에 업무 때문이라 둘러대며 어색한 미소를 띠었다. 다행이다. 나의 대숲을 들키지 않았다. 7만 원 거금을 주고 산 보안 필터 덕분이다. 녀석, 제값을 하는구나.     


아이들은 퇴근한 남편에게 맡겼다. 저녁밥은 도서관 가는 길에 사 간 샌드위치로 대신했다. 아이들은 잘 있겠지, 애써 잊는다. 그리고 노트북과 함께 도서관 책상 한구석으로 숨었다. 

타닥타닥 타닥-. 

쓰고 지우고, 소리 내 읽어보고 고치고, 계속 퇴고를 거듭한다. 글 한 편이 완성됐다. 읽어보니, 쓰레기다. 대문호 톨스토이도 ‘초고는 쓰레기’라 하였다는데 초초보 작가인 내 글은 오죽할까. 퇴고하며 비문을 다듬고 어색한 표현을 계속 수정해 본다. 반복, 또 반복. 무한 반복이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은 아직 깨어있다. 엄마를 기다렸다고 한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다시 고무장갑을 끼고 엄마로서 역할을 마저 수행한다.   




나는 앞으로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음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의 대나무 숲은 얼굴 모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사실 솔직한 이야기는 서로 얼굴과 정체를 모를 때 더 편하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다. 당신이 겪은 이 마음을 나 또한 느꼈다고, 그래서 당신 마음을 조금은 안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독자가 있다면, 어쩌면 가까운 이들이 내게 건넨 위로보다 조금 더 위안을 얻을 것도 같다.      


이제 글을 쓰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으련다. 나는 이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아이들을 재우고 책 무더기로 숨었을 때 제일 행복한 나. 읽고 쓰는 삶, 이제 시작이다.      


이런 저와 함께하시겠습니까? 

당신께서 저의 독자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