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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Sep 14. 2022

이정재는 에미상 수상을 목표로 삼았던 적이 있었을까?

1. 어제 에미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재 씨는 데뷔한 지 30년이 되었다고 한다. 과연 30년 전 신인 이정재는 본인이 에미상을 수상할 것을 알았을까? 그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이라도 에미상 수상을 목표로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2. 최근 들어 알게 된 이야기인데, 데뷔 초에 배우 이정재는 여타 평범한 신인 배우들처럼 발음 연기가 부자연스러웠고, 그래서 그에게 들어온 역할 중 하나가 대사가 많지 않은 보디가드 역이었다고 한다. 


3. 만약 그때 이정재 배우가 스스로에게 겸손하지 않고 오만했거나, 본인의 발음 연기가 어색하다는 사실을 부정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당연히 그 배역을 거절하지 않았을까?


4. 다행히도 이정재는 굉장히 겸손했고, 그렇게 그는 모래시계에서 묵묵한 보디가드 역할인 재희 역을 훌륭하게 연기해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5. 물론 큰 주목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우 이정재가 동년배 배우들 중에서 완전 독보적인 탑급이었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6. 최근 한 평론가는 이번에 칸 영화제에서 정우성보다 이정재가 더 주목받는 것이 약간은 어색했다고 말하기도 하더라.


7. 무튼 그래서인지 이정재의 작품들을 보면, 그동안 온갖 작품들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사극에서부터 정치 드라마까지 그가 해낸 작품의 다양성은 놀라울 정도.


8. 어떻게 그는 무려 30년 동안 꾸준히, 그리고 그렇게나 다양한 작품들을 할 수 있었을까? 잘은 모르지만, 그의 몇몇 인터뷰를 보면서, 배우 이정재는 늘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작품에 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9. 감사함을 잃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하고 당연한 말처럼 느껴지지만, 그는 이 심플한 일을 30년 동안 꾸준히 해온 사람이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쌓아온 수십 년의 시간이 그를 에미상으로, 글로벌 무대로 이끌었던 것이 아닐까?


10. 그래서인지 에미상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배우 이정재의 삶이 어쩌면 몇 년 전에 가수 윤종신이 보여준 놀라운 역주행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함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버티다 보면 도달하게 되는 어느 지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사례 말이다.


11. 물론 “저는 이 분야에서 전 세계 탑이 될 거예요", “제 목표는 에미상 수상이에요"라고 당당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것이 “저는 그저 지금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진취적이고 목표지향적이며 멋있어 보일지 모른다.


12. 근데 그런 멋지고 큰 꿈 못지않게 ‘감사함을 잃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 것’ 또한 괜찮은 목표인 게 아닐까? 그렇게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한 순간들을 수십 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도달하게 되는 곳이 있지 않을까?


13. 아니, 좀 더 당돌하게 말하면, 1) 감사함을 잃지 않고 2)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3) 그리고 그 시간을 계속해서 쌓아가는 것은 한 사람이 삶에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목표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세상에 흔하지 않으니까.


14. 어쩌면 "여정 그 자체가 보상"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도 비슷한 의미인지도 모른다. 그게 어떤 일이든, 삶에서 최선을 다한 그 순간 자체가 누군가에겐 큰 보상이자 목표일 수 있으니까. 


15. 그리고 여정 그 자체에 집중하다 보면,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 놀라운 곳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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