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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Apr 08. 2023

매일 2만 보를 걷다가.. 생각난 마케팅의 미래?

1. 매일 2만 보 걷기를 1년 반 넘게 꾸준히 하면서 달라진 부분이 하나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 "신발을 사는 데 20~30만 원 정도는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2. 매일 2만 보를 한 달 동안 걸으면 400km 넘게 걷는데.. 그게 3개월이면 1000km가 넘고, 6개월이면 2000km가 넘는다.


3. 따라서 이 과정에서 신발은 이 수천 km를 함께 걷는 일종의 동반자인 셈이고, 그렇기에 신발 한 켤레에 20~30만 원을 쓴다고 해도 6개월만 신으면 하루에 신발에 쓰는 돈은, 대략 1000~2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4. 물론 한 번에 20~30만 원을 쓰는 건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긴 한데, 매일 꾸준히 한다고 계산했을 땐 그렇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랄까? 요즘은 도넛 하나도 몇 천원 하지 않나.


5. 이렇게 일할계산을 해놓고, 꾸준히 안 걸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긴 한데.. 어차피 거의 안 빼먹고 매일 2만 보를 꾸준히 걷고 있기 때문에, 2만 보를 더 잘 걷기 위해 하루에 1000~2000원 정도를 쓰는 건 그리 나쁘지 않은 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6. 다만, 여기서 문제는 나는 신발 한 켤레에 20~30만 원 정도를 꾸준히 쓸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에 좋은 신발을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는 점.


7. 당연히 관련해 유명 브랜드들이 있고,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신발도 있지만, 다른 신발에 비해 그게 어떤 부분에서 좋은지 어떤 부분에서 안 좋은지를 명확하게 알기란 쉽지 않다. 사이트에 들어가 봐도 뭔가 과학적인 것인 것 같긴 한데.. 잘 이해는 되지 않는달까? 걷기보다는 달리기에 최적화된 신발이 훨씬 더 많기도 하고.


8. 그러면서 뜬금없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마케팅이나 D2C 같은 것들이 엄청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주기적으로 신발에 20~30만 원씩 쓸 수 있는 고객이 여기 있는데.. 그걸 찾아내서 먼저 다가오는 회사는 없으니까.


9. 바꿔 말하면, 신발 회사들에서 쓰고 있는 마케팅 비용이라는 게 그 제품이나 관련 정보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하게 도달할 정도로 엄청 잘 구축된 프로세스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 셈.


10.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이 좋은 제품을 사려면 직접 발품을 팔고, 주변에 물어봐야 하는 게 현실 아닌가? 물론 비단 신발만 그런 건 아니다. 다른 분야도 대부분 마찬가지인 것 같고.


11. 물론 세상에는 엄청나게 브랜딩을 잘 하고, 유명한 회사들도 많지만.. 1) 고객이 무언가를 딱 필요로 하는 순간에, 2) 그에 적합한 정보들을, 3) 그 사람에게 맞는 톤앤매너로, 4) 그 사람이 주로 활동하는 채널을 통해, 5) 먼저 다가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12. 그렇기에 마케팅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어쩌면 '마케팅이나 세일즈의 미래'라는 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들에게 회사가 필요한 순간을 찾아내고, 그걸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13. 물론 이러려면 고객들이 기꺼이 관련 데이터를 줄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잘 쌓아야 할 것 같고,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석하는 일에도 많은 자원을 써야겠지. 채널도 계속해서 확장해나가야 하고.


14. 엄청 빡센 일처럼 보이긴 한데.. 언젠가는 이걸 해내는 회사가 등장하지 않을까?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만약 이런 회사가 등장하면 웬만한 AI 회사보다 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5.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데이터를 내놓지만, 이 방식은 사람의 마음을 읽고 사람에게 먼저 잘 다가가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이니까.


16. 그리고 이런 생각은 콘텐츠의 세계로 넘어와도 유효하다. 세상에는 그동안 쌓인 좋은 콘텐츠들이 무수히 많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중에서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콘텐츠를 매칭해주는 서비스나 시스템은 없으니까.


17.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좋은 콘텐츠가 가지는 생명력과 확장성은 무한해서, 사실 이런 시스템을 만든다는 건 시공간을 초월하는 일이기도 한데.. 


18. 그래서 이걸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는 꽤 의미 있는 도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당장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막연한 생각이긴 한데.. 일단 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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