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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Oct 27. 2018

어차피 모든 건 다 망하게 되어 있다

어차피 인생은 다 망하게 되어 있다 2

1. '어차피 인생은 다 망하게 되어 있다'는 교수님의 그 말처럼, 한 투자자는 '모든 스타트업은 망하는 게 기본'이라며, 그중 살아남아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기적과 같다고 말했다.


2. 그리고 어느 사업가는 '식당 창업은 90% 이상이 망한다'며, 신중하게 생각해서 창업을 하라고 당부했다.


3. 어차피 인생은 망하게 되어 있고, 사업도 망하게 되어 있다는데, 창업가도 아니라, 일개 직원으로서 스타트업에서 일을 한다는 건 무엇일까? 왜 나는 스스로 그 망함을 선택한 것일까?  


4. 어쩌면 대학 시절에 이미 '인생은 망하게 되어 있다'는 예방 주사를 맞아서일 수도 있고, '망할지 안 망할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어떤 오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나는 안 망할 거라는 그 오만함이 그 이유일 수도 있지만,


5. 그보다 더 선명한 이유는 망함이라는 그 막연한 결과보다 중요한 게 삶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은 아닐까?


6. 많은 경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어떠한 결과를 몇 가지로 단순화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하나의 결과에는 수많은 과정과 엄청나게 많은 실존의 순간들이 스며들어 있다.


7. 그래서 행여 결과는 망했을지라도, 그 순간순간에는 환희와 기쁨과 우정 같은 게 있을 수 있고, 비록 망했더라도, 그 순간의 순간에 누군가와 함께 존재했다는 사실이 '추억'이나 '자산'으로 남을 수도 있다.


8. 그리고 어쩌면 성공이나 실패라는 그 막연한 결과가 아니라,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건, 망할지라도 한 번 시도해봤다는 것이 아닐까? 아니, 망하더라도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었던 열정 같은 게 자신의 삶 어느 순간에 존재했다는 것이 아닐까?


9. 그러고 보니 언젠가 한 창업자가 자신을 쫓아낸 회사로 복귀하면서 '실패가 두렵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을 이렇게 되받아친 적이 있다. "실패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데. 만약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도 실패에 이른다면,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남는 게 아닙니까?"라고.


10. 어쩌면 그의 말처럼, 망하든 안 망하든, 하나의 실존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걸 하고 있다면, 어쩌면 그걸로도 아주 조금은 충분한 게 아닐까? 아니, 어쩌면 삶의 어느 순간에 그런 걸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 아닐까?


11. 어쩌면 실존이 본질을 앞서는 게 아니라, 실존이 본질을 앞서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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