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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Dec 12. 2018

인간의 가치란

순간의 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순간들

1. '인간의 가치는 다 똑같아요' 트레바리 클럽장데이에서 한 클럽장님께서는 '인간의 가치는?'이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2. 그리고 이어서 그 클럽장님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각자가 다 다르겠지만, 본인의 생각엔 인간은 '한 개인'과 '범인류', 이렇게 2가지로만 존재하고, 이 기준에서 '모든 인간의 가치는 동등하다'고.


3. 이 대답을 듣고, 박수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인간의 가치는?'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질문에, 그래서 각자가 저마다 다른 답을 대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답변이었기 때문이죠.


4.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트레바리 클럽장을 해보기를 '참 잘했다'고 말이죠. 늘 좀 더 괜찮은 인간이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단 한 번도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저는 늘 살아가는 문제, 그리고 살아가야 하는 문제들만 고민했습니다.


5. 그래서 만약 제가 이 질문을 뽑았다면, 저는 아마도 횡설수설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 저는 운이 좋게도 다른 질문을 뽑았고, 더더더 운이 좋게도, 너무나 인상적인 답변을 그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행운이었고, 그 행운은 제가 트레바리를 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행운이었습니다.


6. 짧지만 돌이켜 보면, 살면서 처음 해보는 클럽장이라서 미숙한 점이 참 많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았던 것은 북클럽을 하는 동안 꾸준히 '가치'에 대해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했다는 점입니다. 선정한 책이 어떤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는 건지, 이 책이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제가 생각한 그 가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


7.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했고, 늘 과하게 TMI적인 토크를 하지만, 사실 낯선 사람들과 어떤 것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늘 정보나 인상비평, 경험 등으로 대화를 채우죠. 특히 할 말이 없고 어색할 때일수록, 이런 것들이 더 쉽게 입에서 나옵니다. 나는 이런 걸 안다, 나는 이런 걸 해봤다, 등등이 말이죠.


8. 그런데 최근들어 이런저런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들으면서, '무언가의 가치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그 순간과 그 순간의 관계들을 더 특별하게 만드니까요.


9. 그러다 한 클럽원이 독후감에 남긴 문장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올랐습니다. 그는 독후감에 이렇게 썼습니다. '문과생이 팔 수 있는 건 콘텐츠밖에 없다'고.


10. 문과생이자 콘텐츠를 팔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말을 보고 격하게 공감을 하면서도, 동시에 이제는 문과생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비슷한 문제에 처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 콘텐츠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사람에 다 다르겠지만, 어쩌면 '직장 생활은 한다'는 건 자신이 만든 콘텐츠, 또는 자신이 가진 콘텐츠를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는 일이 아닐까요?


12. 아니, 어쩌면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본인의 가치를 평가받는 이상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콘텐츠의 시대'가, 콘텐츠가 주인공인 시대가 아니라, 본인이 가진 콘텐츠로 평가받는 시대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13. 그리고 그런 세상 속에서, 저는 이미 콘텐츠로 평가받는 일을 하고 있기에, 어쩌면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렇게 삶을 치열하게 살아냄과 동시에, 누군가가 만든 콘텐츠를 보며, 그것이 '가치 있다'고, 그리고 '의미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14. 왜냐면, 저는 이미 누군가로부터 '인간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걸 배웠고, 그로 인해 '모든 사람이 만든 콘텐츠에는 저마다의 동등한 가치가 있다'는 걸 알아버렸거든요. 참 운이 좋게도.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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