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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Feb 24. 2019

'뉴스'가 아니라, '뉴스룸'

이젠 뉴스뿐 아니라, 정체성도 함께 팔아야 합니다

1. "블루오션을 찾기 전에, 자신의 정체성부터 찾아라". 최근에 있었던 폴인의 JTBC 관련 토크콘서트에서 나온 내용을, 짧게 한 줄로 요약하면 이 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2. 김필규 앵커는 손석희 사장이 취임한 첫날, 구성원들을 모아놓고 한 말이 꽤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이런 거였다고 하는데요. "우리는 지상파 뉴스도, 종편 뉴스도 아니고, JTBC뉴스다", "우리 뉴스는 앞으로 4가지를 지킨다. 그건 공정, 균형, 팩트, 품위다"  


3. 혼란한 시기, 수많은 비판을 받으며 출발한 종편은 개국과 동시에 생존 위기에 직면했고, 그렇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구성원들이 발버둥을 쳤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 위기의 순간에서의 '손 사장의 취임'은, 구성원들에게 JTBC 뉴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발견한 순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4. 그렇게 JTBC뉴스는 자신의 길을 갔습니다. 그리고 손석희 사장을 포함해, 세월호 보도, 태블릿PC 등 JTBC뉴스를 상징할 수 있는 여러 단초들이 있지만, 이날 발표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JTBC 메인뉴스 이름을, 'JTBC 뉴스 9'에서 'JTBC 뉴스룸'으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김필규 앵커는 뉴스뿐 아니라,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바뀐 이름이라고 말했는데요.


5. 그렇게 언젠가부터, JTBC는 '뉴스'뿐 아니라, '뉴스룸 전체'를 팔았고, 그렇게 JTBC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뉴스를 만드는 기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JTBC는 뉴스뿐 아니라,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정체성도 함께 팔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무원 교수는 이 정체성를 확립한 것이 JTBC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6. 물론 JTBC의 도약을 단순히 브랜딩이나 정체성 차원으로 한정해서 바라볼 수 있는 문제인지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것 같고, 'JTBC의 방법론이 맞느냐'도 사람에 따라서는 이견이 갈릴 것 같습니다.


7. 다만, 행사가 끝나고 "기자가 하는 일이 기계적이라면, 결국 기자라는 직업은 없어지겠지요"라는 손석희 사장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는데요. 그러면서 그는 행사에 참석한 언론인 지망생들에게 '분석적이고, 휴매니티를 가지고, 더 깊이 있는 저널리즘을 추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저에겐 이 말 또한, 기계적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저널리즘을 추구하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8. 흔히 사람들은 지금의 시대를 '개인의 시대'라고도 말합니다. 기술과 사회의 발달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고, 흔히 말하는 슈퍼 인플루언서들도 계속 등장한 상황이죠. 그렇다 보니,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는 꽤 까다로운 질문이지만 동시에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질문입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어딘가에 소속되었다고 해서, 인생의 길이 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어딘가를 지나왔다 해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명확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9. 또한, 세상이 더 연결될수록 한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연결의 양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가끔은 늘어나는 연결의 양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동시에 그 연결된 삶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부러움과 질투가 들기도 하고요. 저들처럼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도 늘 되묻게 됩니다.


10. 개인의 시대라니, 더 나은 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 날 행사를 다녀오고 나서, 질문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개인의 시대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지금은 정체성의 시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경쟁을 하는 시대라면, 더 나은 개인이 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전에 '나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1. 그러면서 JTBC는 '공정, 균형, 팩트, 품위'를 추구했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느냐를 되묻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사람들에게 필요한 글을 쓴다'는 것 말고는 뚜렷한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몇 가지를 좀 더 찾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 그걸 찾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찾다 보면 발견하게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하다면, 하다못해 버려야 할 것들이라도 발견한다면, 조금 더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이렇게 질문을 남기는 행사가 좋은 걸 보니,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하핫.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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