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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Mar 05. 2019

네가 스타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뭐니

1. 한 아이돌 연습생에게 유명 프로듀서가 '네가 스타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묻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2.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이 질문을 받은 그 연습생은, 잠깐 망설인 후, 이런 류로 대답을 했습니다. '자신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반 이상을 가수가 되기 위해 투자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게 그 이유가 될 수 없냐'고 말이죠.


3. 보통은 '노래를 잘하거나 멋있어서, 스타가 되어야 한다'고 대답했을 것 같은데, 이 연습생의 대답을 듣는 순간,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시간이, 앞으로 살아갈 날의 이유가 되는 삶이라니!


4. 흔히 사람들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왜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은 소설 같지 않아서, 간절함만으로는 무언가를 이루는 게 종종 부족하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5. 아니, 어쩌면 산다는 건 간절한 무언가를,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경험을 하는 게 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배웁니다.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려면, 간절한 누군가를 잃지 않으려면, 마음 외에도 필요한 것들이 있다고요. 능력, 기술, 지식, 돈, 뭐 그런 것들 말이죠.


6. 참 낭만적이지도 않고, 잔인한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잔인한 건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해선 그 누구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삶을 버티게 했던 꿈이, 정말 중요하다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의 일상에서 사라진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 세상엔 지식이 넘치고, 기술도 끊임없이 발전한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7. 그래서인지, 많은 경우 사람들은 또 다른 목표나 새로운 간절한 대상을 만들며 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꿈을,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하며, 그것들을 또다시 간절히 바라며 살아가라고 말이죠. 뭐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세상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에, 또다시 간절한 무언가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부터 드는 사람도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8. 그러다 문득 이 연습생의 말이, 그런 사람들에게 아주 조금은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충분히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이죠.


9.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꿈을 가지라'고,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그렇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과연 그런 것들이 억지로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세상은 넓기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10. 그래서 세상에는 그와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도, 아주 조금은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간혹 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말이죠. '지금 당장 인생의 의미를 알지 못해도, 지금 당장은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너무 걱정 말라고. 살다 보면 찾게 될 거라고'


11. 아니 어쩌면, 살아온 삶의 시간 그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고, 또 살아갈 이유가 되며, 삶의 목적이 되는 삶도 충분히 가치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12. 단지 누구처럼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아서, 그래서 떠벌릴 수도, 자랑할 수도 없을 뿐, 오늘 하루를 최

선을 다해 살아낸 것이 내일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삶.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 게 아닐까요?


13. 아니, 어쩌면 지금의 제가 이렇게 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낸 게, 내일을 살아갈 이유가 되는 삶을. 지금은 개뿔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할 수 삶 말이죠.


14. 어쩌면 교수님이 알려주신 '실존은 본질을 앞선다'는 말의 의미가 '본질보다 앞선 그 수많은 실존의 순간들을 잘 살아내라'는 당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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