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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Mar 25. 2019

시즌별로 스스로의 한계를 발견하는 일

트레바리, 시즌제, 그리고 디콘비


1. 처음 <디지털 콘텐츠> 관련 북클럽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을 땐, 그저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좀 더 주체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다'는 러프한 생각이 어느 날인가 들었기 때문인데요.


2. 그리고 종종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 또는 사업자들을 만나다 보면, 고됨과 동시에 외로움을 토로하는 경우를 봤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마음 놓고 모이는 공간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다소는 했습니다.


3. 그렇게 기회가 닿아, 트레바리와 함께 북클럽을 하게 되었는데요. 부풀었던 기대와 달리, 클럽장이라는 걸 처음 해봐서인지, 실수도 많았고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참 많았습니다. 새로운 한계를 마주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4. 특히 첫 번째 시즌의 1, 2회차 모임은 클럽을 진행하는 저조차도 힘이 들 정도로, 모임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온 20명 정도의 사람들을 하나의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 내고, 또 공감을 만들어낸다는 게 생각보다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강연 형식으로, 모임 형태를 바꿀까도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인지 하기가 싫더라고요.


5. 다만, 다행히도 활기차고 긍정적이었던 클럽 멤버분들 덕분에 3회차 모임은 그럭저럭 순탄하게 진행이 되었고, 은여울님이 번개를 너무나 잘 진행해주셔서 그 덕분에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분위기 좋게 첫 번째 시즌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시즌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저의 한계와 부족함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라는 과제는 그대로 남아있었죠.


6. 그렇게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하게 되었고, 시즌 1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클럽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큰 목표나 비전보다는, 매월 진행하는 모임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임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책 한 권 한 권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7. 그래서 트레바리에서 정해준 발제 방식에서 벗어나, 저 나름의 방식대로 발제를 바꾸었는데요. 이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파트너를 맡고 있는 현근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근님은 네이버 김상헌 전 대표,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의 북클럽에서 파트너를 하시거나 하신 바 있고, '트디클'이라는 트레바리에서 다자인한 북클럽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등, 파트너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분입니다. 그런 현근님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하든, 현근님이 잘 잡아주실 것이라 믿었고, 그래서 일단은 제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이번 시즌을 진행했습니다.


8.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클럽원들이 판단할 문제이겠지만, 적어도 저는 첫 번째 시즌보다는 조금은 덜 힘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이 유효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기 있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는 이걸 또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가 고민일 뿐이죠.


9. 그러다 한 클럽원이 '다음 시즌은 어떻게 달라지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직 머릿속에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바로 답변을 드리진 못 했는데요. 좀 더 솔직히는 아직은 복기를 하는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명확히 대답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10. 다만, 2차례 클럽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아쉬움 같은 게 있는데요. 그건 북클럽 신청하신 거의 모든 분들이 저보다 뛰어나고 가능성이 넘치는 분들인데, 제가 느낀 만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는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서로가 서로의 가능성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것도 결국 클럽을 운영하는 저의 책임이자 한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시즌에서는, 모임에서 제가 느꼈던 것들을 좀 더 잘 전달하는 방법이나 방식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아직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게 없지만요.


11. 그리고 트레바리에서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시즌제 방식'은 그 끝과 새로운 시작 사이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사소해 보일지라도, 무언가를 조금씩이라도 계속 개선하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말이죠.


12 . 물론 스스로의 한계나 부족함을 순간순간마다 발견한다는 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요즘 들어 가끔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찬란한 꿈이나 목표가 있는 삶만큼이나, 오늘 하루 자신이 느꼈던 한계나 부족함을 긴 관점에서 차근차근 개선하려고 시도하는 삶 또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요.


13. 그리고 어쩌면 특별한 꿈이 없는 사람에겐, 스스로의 한계나 부족함을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든 개선하려는 마음을 먹는 게 삶의 동력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의 한계를 발견하는 게, 꿈이나 목표를 가지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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