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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Jul 29. 2019

<닥터 스트레인지2>를 기대하는 이유

공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1. 모든 걸 걸어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신념이나 목표가 사라진 이후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그 주인공이 슈퍼히어로라면 그는 어떻게 행동할까. <어벤저스 : 엔드 게임>이 끝난 후, 궁금했던 질문 중 하나였습니다.


(본 글에는 마블의 영화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 그런 의미에서,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공개된 마블 페이스4 라인업 중에서, 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를 되는 있는 작품은 <닥터 스트레인지2>입니다. 흔히 엔드 게임을 어벤저스의 승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타노스와의 결투에서 어벤저스는, 그리고 영화 속 세상은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3. 가장 먼저는, 그동안 세상을 지켜온 아이언맨을 잃었죠. 그리고 엔드 게임 이후 첫 개봉된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는 아이언맨을 잃은 세상의 상실감을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갈망을 하죠. 누군가 나타나 아이언맨의 자리를 대신해주기를.


4. 사람들이 미스테리오에 열광했던, 혹은 현혹됐던 이유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누군가가 나타나 그 공백을 채워주기를 바랬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의 빈자리를 또 다른 사람으로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빈자리를 스파이더-맨이 채우는 것 또한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은 아닌 것 같고요.



5.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엔드 게임 이후,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MCU 속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임 스톤'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동료들을 버리더라도 '타임 스톤'을 지키는, 자신의 미션을 완수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해온 인물이죠. 하지만 엔드 게임에서 타노스에 의해 모든 인피니티 스톤은 가루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엔드 게임 이후,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임 스톤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6. 자신 자신을 지키는 최고의 무기이자 스승에게 이어받은 숭고한 미션이 사라진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엔드 게임에서 가장 많은 걸 잃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타임 스톤 없이도 도르마무 등 우주적인 존재들로부터 생텀과 세상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죠. 동료였던 모르도와의 일전도 남아있고요.



7. 그래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모든 걸 걸고 지켜왔던 신념의 대상이, 그런 목표가 사라진 이후의 삶을 슈퍼 히어로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공포와 혼란의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를 말이죠.


8. 물론 영화는 영화이기 때문에, 만화에서처럼 닥터 스트레인지는 원래부터 짱짱맨이어서, 타임 스톤 따위는 없어도 세상을 지킬 수 있다고, 그냥 퉁 쳐버리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마블은 오락 영화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를 풀기보다는 쉽고 재밌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지도 모르죠.



9. 하지만 왜인지, 교통사고로 두 팔의 감각을 잃으며 삶의 의미마저 잃었던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마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발견한 것처럼, 그가 다시 한 번 삶의 의미와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렇게 또 다른 신념과 목표를 마음속에 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들 자체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은 마법 같은 순간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10. 그렇게 앞으로의 닥터 스트레인지는 단순히 힘이 강해서 우주 최강의 마법사가 아니라, 수차례의 좌절의 순간들을 마법처럼 이겨낸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의 세상엔, 우주 최강의 마법사보다는 후자가 좀 더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11. 그런 의미에서, 공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닥터 스트레인지2의 장르가 '공포'로 결정되었다는 점은 더욱 기대감을 가지게 만듭니다. 신념과 최강의 무기를 잃은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우주적인 존재들의 공격은 말 그대로 공포의 연속일 테니까요. 그리고 그 공포의 순간을 이겨내고, 한 단계 더 성장한 슈퍼 히어로가 영화 속에서나마 존재한다면 그 자체로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12. 마지막으로, 엔드 게임으로 지난 10년을 넘게 이어온 하나의 거대한 서사가 끝이 났지만, 무언가를 잃더라도 그 이후에도 삶이 계속되듯, 마블의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점도 마블이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창작자들이 간과하지만, 무언가를 잃고 또 얻으며, 그렇게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이야기의 전개 방식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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