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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Sep 10. 2021

김태호 PD가 '콘텐츠 회사'를 창업을 했으면 좋겠다

김태호 PD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꽤나 유치함을 느꼈던 때가 있었다. 


콘텐츠 창작자에게 인생의 목표라고 하는 건 너무 심플해서 더 부연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 대부분의 콘텐츠 창작자가 바라는 건 대체로 한 가지로 수렴된다. '지금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든 것'


물론 사람마다 판단하는 좋은 콘텐츠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조차도 없지만, 사실 창작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그다지 많지 않다.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안정적인 경제적 환경과 시도해보고 싶은,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그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잘 전달되는 것. 창작자 입장에서는 이 3가지면 충분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3가지를 제대로 보장해주거나 제공해주는 곳은 많지 않다. 플랫폼의 시대를 넘어서려면, 결국엔 콘텐츠 툴의 시대가 와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이유다.


(참고 - 플랫폼의 시대를 넘어, '콘텐츠 툴의 시대'로)


현실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회사는 창작자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기보다는,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라”고 요구한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지점 중 하나는, 그들조차 어떤 콘텐츠가 잘 팔리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 창작자가 만들었던 히트 콘텐츠의 카피캣을 만들라거나, 요즘 인기 있다는 콘텐츠들을 보여주며 비슷한 걸 만들라는 정도의 조언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슬프게도, 창작자 입장에선 이런 요구가 마치 퇴행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콘텐츠 업계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는, 시간이 지나도 콘텐츠 회사들의 비즈니스 스킬이 발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콘텐츠 회사들은 창작자에게 그저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라고 요구할 뿐, 어떠한 콘텐츠를 잘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독특한 콘텐츠라도 어떻게 하면 초기 충성 독자를 만들고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 점에선 출판사도, 신문사도,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디지털로 와서 더 고약해진 점 중 하나는, 이젠 하다못해 돈을 벌려면 창작자가 직접 광고도 해야 하고, 심지어는 기꺼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전혀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광고나 스폰서형 콘텐츠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창작자는 창작에, 사업자는 사업에 좀 더 몰두하고 양쪽 모두가 스킬과 역량을 잘 쌓아가야 하는데, 이 밸런스는 이미 깨져 있고, 그걸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잘 팔리는 걸 만들라"는 말이다. 사업자는 개떡 같은 콘텐츠라도 잘 팔 수 있는 역량을 쌓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조차도 거의 없다. 이걸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거의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창작자 출신의 창업가가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기존의 논리에 순응하지 않고,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룰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하니까. 생각해보면 디자이너 출신의 창업자, 마케터 출신의 창업자, 기획자 출신의 창업자, 개발자 출신의 창업자는 많은데.. 창작자 출신의 창업가는 그다지 많지 않은 느낌이랄까. 있더라도 콘텐츠 비즈니스가 아니라 다른 걸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고.


그리고 고작 1년 밖에 안 되어서 설득력이 없는 주장일 수 있으나, 창업을 하고 나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창작자에게는 창업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만들고, 그걸 직접 팔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가능한 선에서 또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으니까. 물론 콘텐츠를 만드는 일 이외에도 다양한 업무들을 해야 하지만, 심지어 그 과정마저도 재미있다고나 할까. 이 과정 자체를 콘텐츠로도 만들 수 있는 게 창작자에게 주어진 축복인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뇌피셜이지만, 세상은 점점 창작자가 창업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느낌이다. 플랫폼은 계속 늘어나지만, 냉혹하게도 세상에서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흔히 콘텐츠 업계는 '슈퍼스타 경제학'이 지배한다고 하는데, 세상에는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고, 그중에서도 꾸준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더 많지 않아서, 플랫폼이 늘어나고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런 창작자가 어느 한 곳에 묶어있다는 것은 스스로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일면식도 없지만 김태호 PD가 퇴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김태호 PD가 콘텐츠 회사를 창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김태호 PD가 MBC보다 큰 콘텐츠 회사를 만들 수 있으면 그 자체가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불가능해보이지 않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상관은 없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지만, 그럼에도 어떤 선택을 하든 김태호PD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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