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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Nov 30. 2021

구독 모델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넷플릭스조차도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수차례 들었다

흔히 구독 모델의 장점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자주 거론되지만, 역설적이게도 구독 모델이 안정적인 사업 모델이라고 생각해서 도입한 회사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키워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구독 모델로 진짜 큰 비즈니스를 만들어낸 회사는 정반대로 생각했다. 구독 모델이 사업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길 위해 구독 모델을 선택한 사업자들이 큰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말이다.


초기 아마존은, '배송비'가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고객들을 망설이게 만드는 주요 요소라는 것을 파악하고, 고객에게 배송비를 지불하지 않게 하면서도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했다. 그리고 수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바로 구독 기반의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이었다.


즉, 고객에게 배송비를 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멤버십에 가입하면 배송을 무료로 해준다고 프레임을 바꾼 동시에, 프라임을 통해 발생하는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매출을 지렛대로 삼아 무료 배송이 가능한 물류 시스템을 만드는 시도를 한 것.


그리고 이 시도가 제대로 먹히면서, '아마존 프라임'은 아마존이 이룩한 최고의 혁신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에 재무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고객들의 결제를 가로막는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기 위해 리스크를 짊어지고 새로운 시도를 한 결과로 탄생한 것이 아마존 프라임이었다는 말이다.



넷플릭스 또한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창업자들은 리스크가 있더라도, 구독 모델로 비즈니스를 짜면 사람들이 비디오를 빌릴 때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인 ‘연체료’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넷플릭스는 안주하지 않고 연체료 폐지에 이어,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매출을 토대로 알고리듬 추천, 스트리밍 서비스 등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했고, 그렇게 넷플릭스가 혁신을 거듭할수록 경쟁자들은 무너졌다.


그리고 지금 넷플릭스는 매출을 레버리지 삼아서, 전 세계 최고의 디지털 콘텐츠 투자 회사가 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구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넷플릭스는 구독을 기반으로 더 리스크를 짊어지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수년 동안 넷플릭스는 "곧 망할 것"라는 이야기를 호사가들로부터 들었다.


정리하면, 구독 모델이라는 건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매출을 토대로, 단건 결제 혹은 개별 결제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우면서도 압도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비로소 제대로 작동하는 사업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고객이 그걸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계속해서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그런 고객들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결제를 토대로 더욱 새로우면서도 독보적인 경험을 만들어내야,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내야 구독 모델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때문에,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와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후발주자들에 의해 결국엔 비슷비슷한 서비스가 될 테니까.


따라서 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히 구독 모델이 안정적인 사업 모델이라고 생각해서 구독 모델을 도입하면, 끊임없이 체리피킹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어쨌든 사업을 키우려면 구독자 수를 계속 늘려야 하기 때문에, 체리피킹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기도 쉽고. 그러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구독 모델은 채택했지만, 사업은 더 불안정해지기 쉽다. 실제 그런 구독 서비스들이 많기도 하고.


따라서 구독 서비스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히 '구독자가 얼마나 많냐', '얼마나 리텐션이 높냐'가 아닐 수 있다. 구독자 수와 리텐션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걸 지렛대로 삼아 다른 서비스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어떤 서비스와 경험을 만들고 있느냐, 바꿔 말해 기존에 사업자가 짊어지지 못했던 어떤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게 없으면, 물건이든 콘텐츠든 개별로 파는 비즈니스가 오히려 훨씬 더 심플하고 더 나은 방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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