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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Feb 23. 2022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을 봤다

처음에는 웹 드라마 출신의 작가가 쓴 장편 드라마라고 해서 그저 호기심에서 보기 시작했는데, 근래에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좋았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을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그 해 우리는>을 보면서 그사세가 떠오르는 부분이 많아서 더 좋았다. 두 드라마는 완전히 다른 드라마지만, 동시에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악역을 내세워 드라마 내에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 해 우리는>은 각 등장인물이 가지는 한계로부터 드라마의 갈등이 시작된다.


이미지=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쌓여온, 그래서 쉽게 길들여지지 않은 각자의 한계가 어느 순간에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그 한계가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관이랄까.


두 드라마의 차이가 있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이 좀 더 진중하고 무게감 있게 이 갈등을 다룬다면, <그 해 우리는>은 짝사랑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이를 좀 더 싱그럽게 표현한다는 점.


그런 의미에서 <그 해 우리는>은 마치 인터넷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되는 "여름이었다"라는 말을 드라마로 옮겨놓은 느낌이기도 했다. 모든 문장에 ‘여름이었다’라고 붙이면 괜히 아련해지고 싱그러워지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말이다.


왜 그런지에 대해선 정확히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누구에게나 여름같이 뜨거웠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이미지 = 드라마 '그 해 우리는'


그래서인지 <그 해 우리는>에는 유독 여름 풍경이 많은데,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등장인물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설령 그게 짝사랑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설령 그게 한계로 점철된 순간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그 순간이 삶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일 수 있으니까.


동시에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한계를 마주한다는 측면에서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 해 우리는>은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청춘 멜로물'이라기보다는, ‘성장 드라마'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두 드라마 모두 주인공을 포함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한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러니까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우정으로, 때로는 의리로, 때로는 가족 간의 따뜻함으로, 마주하고 극복하니까.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흔히 ‘성장 드라마’를 10대나 어릴 때 보는 유치한 장르물 따위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면 그런 사고방식들은 지금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어차피 삶은 늘 한계의 연속이기 마련이고, 그런 처절한 한계 속에서도 사람들은 늘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고 갈망하니까, 어쩌면 성장 드라마라는 건 모든 세대에 모든 순간에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 


특히나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요동치는 세상에서 일개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깨닫고 또 그 한계들과 부대끼면서 살 수밖에 없는데.. 사람들이 느끼는 이런 감정들을 콘텐츠로서 가장 잘 어루만질 수 있는 방식이 ‘성장 드라마'는 아닐까?


그렇기에 성장 드라마라는 건 어느 한순간이 아니라, 삶에 매 순간 필요한 장르일지도 모르지.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세상에선 ‘어른들을 위한 성장 드라마’가 더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 모든 순간들을 우리는 ‘여름’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늘 많은 부족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해 우리는..모두 여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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