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주니어들이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일을 잘하려면 무엇을 배우거나 익혀야 하는지'를 물어볼 때가 있다. 어차피 그런 방법 따위를 모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선 제대로 된 답을 해줄 수 없지만, 때로는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일 잘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의 가장 기본이 뭔지부터 고민해보라”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맞춰 현란한 방법들과 환상적인 개념들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기본이 뭔지부터 고민하라고 말하면 대체로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취급받지만, 기본을 탐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의외로 꽤 클 수 있다.
좀 더 그럴듯하게 설명하면, 넷플릭스의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일의 기본을 탐구하는 인재를 ‘First principle thinker’라고 불렀는데, A급 인재 채용에 집착하는 리드 헤이스팅스는 사람을 뽑을 때 ‘그 사람이 First principle thinker이냐, 아니냐'를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참고 - 넷플릭스 문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리드 헤이스팅스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픽사의 에드 캣멀 또한 대표적인 First principle thinking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모든 분야에 통달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집착했던 것도 이거였다고 한다. “이 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는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살펴봐도, 자신이 하는 일의 기본을 탐구하는 사람들은 그 기본에서부터 하나씩 자신만의 경험과 논리를 쌓아가기 때문에, 그게 쌓이다 보면 일하는 속도와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계속해서 쌓이는 게 있으니까. 반면, 뭐든 새로운 것들, 힙하다고 유행하는 것들만 따라가다 보면 그것들이 수명을 다하거나 올드해지면 그동안 익힌 것들이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개인적으로는 ‘일을 잘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은 그다지 믿지 않는 편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진짜로 일을 잘하고 싶은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부터 빨리 인정받고 싶은 경우가 훨씬 더 많으니까.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말은 그저 인정 욕구의 표현일 뿐.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일을 잘한다고 조금만 인정받으면 쉽게 오만해지고, 인정받지 못하면 쉽게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반면, 일의 기본을 탐구하는 사람들은 그 기본을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끝이 없기 때문에 늘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할 수밖에 없다. 기본이라고 믿었던 것들의 더 기본이 계속해서 발견되니까. 괜히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존재하는 게 아닌 셈이지.
물론 일을 잘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좋은 일이다. 나쁠 건 없지. 근데 내가 모자란 게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내가 기본만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고, 기본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 기본이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최선을 다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것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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