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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Apr 05. 2022

넷플릭스 조직 문화와 또라이 제로 법칙

실제로 일해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나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책 <규칙 없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건 넷플릭스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을 최대한 경계하는 편이다.


그런 이야기는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라는 것이 완전 제로에서부터 넷플릭스가 다 쌓아올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창업한 회사에서 조직 관리 및 경영 실패로 사실상 경쟁사에게 인수합병되었던 리드 헤이스팅스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조직 문화에 대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탐구하고 공부했다. 실제로 리드 헤이스팅스는 엑시트 이후에 마크 랜돌프에게 회사를 맡기고, 정작 본인은 학교로 갔다.


심지어 책 <규칙 없음>조차도 리드 헤이스팅스가 조직 문화 전문가인 에린 마이어 교수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에린 마이어 교수의 책 <컬처 맵>을 인상 깊게 본 리드 헤이스팅스는 직접 먼저 연락했고, 그렇게 나온 책이 <규칙 없음>이었다. 조직 문화 전문가의 책을 읽고 먼저 연락할 만큼, 리드 헤이스팅스가 조직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이고, 지금 여전히 치열하게 탐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책 <규칙 없음>의 곳곳에는 이런 흔적들이 묻어난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책에서 종종 언급되는 ‘또라이 제로 법칙’에 관한 것인데, 영어로 ‘No Asshole Rule’로 불리는 이 법칙을 굉장히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조직에서 또라이를 잘 제거할수록 팀 전체의 생산성과 창의성은 올라간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이 이론이 가진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대부분의 조직이 정작 제거해야 할 또라이는 제거하지 않고, 또라이들의 이상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온갖 규칙을 만들어내면서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조직 내에 또라이가 없으면 불필요한 규칙들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넷플릭스 문화의 상당 부분은 이 ‘No Asshole Rule’에 근거하고 있다. 휴가 무제한, 비용 무제한 등 넷플릭스의 문화라는 게 결국은 흔히 A급 인재로 불리는, 탁월한 인재들로 조직을 구성하면 조직 내에는 규칙이 필요 없다는 것이니까. 심지어 <규칙 없음>의 영어 원제조차도 ‘No Asshole Rule’이 떠오르는 No rules rules다.



물론 주장 곳곳에 자극적인 부분이 없진 않지만, 이 ‘No Asshole Rule’은 2000년대 초중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회자된 이론이라고 한다. 심지어 스티브 잡스 또한 언젠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탁월한 인재들은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다만 넷플릭스 문화의 특이점이라면, 여기서 더 나아가 단순히 또라이를 제거하는 것을 넘어, 유능하고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협업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인재들까지도 조직에서 내보내는 방식으로, ‘No Asshole Rule’를 넷플릭스스럽게 발전시킨 정도랄까.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강조하는 ‘인재 밀도' 또한 결국에는 ‘No Asshole Rule’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따라서 넷플릭스 문화를 마냥 신봉해서 그걸 따라 하는 것도 구리지만, 정반대로 ‘그런 건 넷플릭스에서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 별 의미는 없다.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 또한 참고한 기존의 레퍼런스라는 것들이 있으니까.


따라서 정말 중요한 건 성공적인 기술 개발 및 제품 개발로 첫 회사를 상장까지 이끌었지만, 조직 관리에 실패했던 리드 헤이스팅스와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참고한 것이 무엇이었느냐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그냥 순전히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넷플릭스 초기 멤버들이 직접 쓴 <파워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규칙 없음> 모두 조직 문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왠지 우연이 아닐 것 같다. 넷플릭스 초기 멤버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조직 문화를 탐구하고 실행했던 사람들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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