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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Jul 12. 2022

영화 <탑건 : 매버릭>을 봤다

우리가 알고 있던 시대가 언젠간 끝나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니다


1. 영화 <탑건 : 매버릭>을 봤다. 영화를 보는 동안 거의 모든 장면들이 다 예상될 정도로,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 전개였지만, 그럼에도 놀랍도록 재미있게 영화를 봤다.


2.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굳이 이야기나 캐릭터를 비틀지 않아도, 이렇게 기본에만 충실해도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구나'라고.


3. <탑건 : 매버릭>은 엄청난 새로움이나 독특한 반전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음악, 화면 연출, 캐릭터, 연기 등 영화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에서 기본 이상의 수준급 실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딱딱 맞아들어가면서 불편함이나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된다고나 할까.


4.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톰 크루즈’가 있다. CG가 난무하는 시대에, 자기 몸을 직접 던지는 액션 배우로 수십 년을 살아온 그가 내뱉는 에너지와 진정성은 그 자체로도 너무나 놀라운데..


5. 그런 그가 정녕 자신의 시대가 완전히 끝날지라도, “적어도 그게 오늘은 아니다(But not today)”라는 대사를 내뱉었을 때.. 



그 순간 몰려오는 무게감은 감격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대사 이후, 매버릭과 톰 크루즈는 왜 자신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를 직접 몸으로 보여준다.


6. 그리고 이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와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야기의 전개가 뻔하고 상투적인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더라. 그저 그 모습을 한 장면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만이 들 뿐.


7. 그렇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라며, 거기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늘 새롭게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런 시대일수록 화려하진 않더라도 기본과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때로는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8. 특히 최근에 '디지털 시대에 누가 글을 읽냐?’며 ‘왜 텍스트에만 집착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몇몇 사람들로부터 들었는데.. 텍스트가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그런 말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9. 물론 영상이나 말이 그걸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글보다는 훨씬 편할 수 있어서, 그것들이 더 큰 파괴력과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아니, 부정할 수도 없다. 


10. 그런데 그럼에도 그런 걸 만들려면 처음에는 글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 처음의 글이 있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방대한 텍스트들이 그걸 만들어내는 창작자가 앞에 먼저 존재해야 하고.


11. 뭐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기에, 언젠가는 VR과 메타버스의 세상이 열려서 글 없이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와 의견과 표현을 주고받는 시대가 올지 모르지. 그리고 인공지능이 무한히 발전해서 이젠 뭘 읽지 않아도 정보를 알아서 뇌에 주입되는 시대 같은 게 올지도 모르지.


12.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오늘은 아닐 것 같고(But not today), 좀 더 까칠하게 말하면 내일도 모레도 아닐 것 같다.


13. 그러니 언제 다가올지도 모를 그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정말 자신이 진심으로 필요하다고 믿는 일이라면, 그게 세상에서 사라지는 마지막 그날까지는 최선을 다해 부딪혀 봐야 하는 거 아닐까. 톰 크루즈와 매버릭이 그랬던 것처럼.


14. 물론 세상의 변방에서 영화의 주인공처럼 고고하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영화처럼 극적으로 무언가를 돌파해내는 일은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겠지. 


15. 그런데 그러면 또 어떤가. 사람의 삶은 영화와 달라서, 정녕 세상이 그렇게 바뀌면, 그때는 그에 맞게 유연하게 생각을 바꾸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니 그때까지는 그저 각자가 믿는 것을 향해 달려갈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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