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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on Jul 23. 2022

설마.. 도망치는 겁니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관통하는 대사

(이미지=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 “설마.. 도망치는 겁니까?”, 드라마 내에서는 유머처럼 지나가는 대사지만, 이 대사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다.


2. 그리고 이 대사가 나오는 회차에서 우영우는, 흔히 한국 드라마에서 빈번히 활용되던 ‘출생의 비밀 서사'를 단 몇 분 만에 정면으로 돌파한다.


3.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아가, 정면으로 본인이 자신의 딸이라고 말하는 우영우의 용기 있는 모습은,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보여준 그 어떤 캐릭터보다 놀라웠다.


4. 그리고 드라마에서 우영우는 다소 머뭇거리고 당황할지라도, 거의 모든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항상 정면으로 돌파한다. 그게 출생의 비밀이든, 낙하산 취업이든, 자폐 스펙트럼 장애든, 아니면 사랑이든. 놀라운 모습 아닌가?


5. 그리고 이러한 돌파의 과정을 보면서, 사회초년생이자 변호사인 우영우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장애와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리고 처음 겪는 일들이 많아서 서툴고 당황스럽지만,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거나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최대한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모습. 그렇게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자 가장 놀라운 부분이 아닐까?


6. 나이를 먹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을 여럿 경험하게 되고, 세상의 문제 못지않게 자신의 한계와 자신의 못난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런 순간들에 봉착하다 보면 먼저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물론 스스로도 이를 외면한다고 해서 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잘 알지만, 그럼에도 당장에 마음이 편한 방법을 선택하고 싶다고나 할까.


7. 그리고 이런 외면이 지나치면 현실마저 왜곡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모든 걸 남 탓과 세상 탓을 하게 되고. 그렇게 아닌 척 도망가는 거지.


8.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러한 불편함과 어색함 속에서 어떻게든 도망치지 않고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도망도 한두 번이지.


9. 그리고 뜬금없지만,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혼자 사업을 하는 것을 두고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혼자 사업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직장인 때보다 스스로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된다는 점이었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그리고 사업을 하면 이런 것들이 정확히 숫자로 찍히기 때문에, 이 결과들을 외면할 방법이 없다.


10.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사업은 자기가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11.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쩌면 이 드라마는 어른 우영우가 정명석 변호사, 최수연 변호사 등과 함께 변호사 사무소를 창업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마지막엔 권모술수 권민우마저 설득해서 합류하게 만드는 장면도 나올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뇌피셜입니다)


12. 농담이지만, 회사 이름으로 법무법인 '웨일(whales)'이나 법무법인 '파키케투스'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


13. 무튼 왠지 그렇게 창업을 하는 선택이 그동안 아버지에게 의존했고, 어찌어찌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그 과정이 얼룩졌던 우영우가 자신이 신뢰하고, 또한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과정처럼 느껴질 것 같다고나 할까. 물론 시즌 2를 위해서도 이런 결말이 괜찮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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