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지독하게 엮이자
몇 년 전에 산 책선반이 갑자기 망가졌다.
떨어진 책들을 한 곳에 모아두려고 정리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적한 마음이 들면서
바닥에 눈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쌓아둔 책들이었는데,
이 책 저 책 쓰다듬으며 어디 구겨진 곳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자니
책을 읽었을 적에 느꼈던 감정들이
엷지만 덮치듯이 몰려왔다.
어떤 책들은 나의 기억과 얽혀서,
표지를 보기만 해도
내 인생 어떤 시기에 읽었던 책인지,
그 시기의 나는 대체로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느 장소에서 기념으로 샀던 책이었는지,
어디를 가는 길에 읽었는지, ...
사소한 것들이
무언가 중요한 것처럼 불현듯 떠올랐다.
어제 본 영화 파묘에서
죽은 영혼이 동물이나 물체에 붙어서
함께 성장한 게 정령이고,
이 정령은 보통의 영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힘을 가진다고 한
대목이 있었다.
이 책들도 마찬가지로
그때그때의 나의 영혼이 투영되어
지금의 나로 함께 커왔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물성을 좋아해서
읽다가도 가만히
책등과 페이지를 쓸어내려보곤 한다.
애착을 담아 읽으며,
내 인생의 크고 작은 부분들을
함께 건너가고 있는 내 책들,
내 소중한 수호물으로
앞으로도 지독히 엮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