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 이름이 좋아지는 시기가 온다.
30년이란 시간을 함께 살다보면
30년이란 시간을 그 이름으로 불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름에 애착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내이름은 다솜
순한글 이름이란 점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태어났을 적에 아빠가 커다란 사전을 들고와서
가장 예쁜 이름을 골랐다고 한다.
그런데 어릴 때는 이 이름이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이한 이름도 아니고,
천상 여자 이름처럼 가련해 보이지도 않아서.
이응 자음이 많이 들어가면
좀 더 여리여리하고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했다.
내 이름엔 왜 미음밖에 없을까.
한데 최근에는 "솜"이라는 글자가 너무 좋다.
솜이 솜이 혼자 읊조려 보게 된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솜아, 솜이는, 불러주면
더 아낌 받는 느낌이 든다.
어릴 적엔 어떤 이름이든 놀림을 받게 된다.
지극히 평범하고 유치한 방법으로.
너무나 예상 가능하겠지만
나는 솜사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쁜 별명도 아니었던 듯 하다.
얼마 전엔 한공주 라는 영화를 봤다.
극중 천우희 배우의 이름이 말그대로 공주인데
얼마나 놀림을 많이 받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불리는 어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공주야, 공주는, 부르는 어감이.
그때 불현듯 생각난 기억이 있다.
우리 엄마는 영어를 모른다.
알파벳도 아마 모른다.
하루는 내가 영어 이름을 뭘로 할지 고민이라고 했더니,
엄마가 물었다.
"공주가 영어로 뭔데."
나는 프린세스라고 답하긴 했지만
얼토당토 않은 말이라 그냥 넘겼다.
다시 생각해보니 애틋한 마음이 느껴진다.
세상 가장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
내가 어디서든 예쁘고 소중하게 불렸으면 하는 마음.
엄마에게 나는 영원히 공주겠지.
어디서든 공주로 불릴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는 공주라는 이름만큼이나 소중한
내 이름이 있다.
30년을 함께 산 내 이름
앞으로는 더 소중하게 불려야지.
앞으로는 더, 가치 있게 써줘야지.
내 이름이 좋아지는 나이,
내 나이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