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팬 탄생의 아름다움

11/30 코리아컵

by 솜글

토요일 오전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있다가 축구 경기를 보러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친구가 취미 삼아 열심히 하고 있는 풋살 동아리에서 티켓이 남았다는 소식이었다. 축구라면 월드컵 정도만 챙겨보는 나지만, 스포츠 관람을 꺼리진 않았다. 그것도 코리아컵 결승전이라 하니 구미가 매우 당긴 나는 눈도 다 못 뜬 상태로 제안을 수락했다.


스포츠 경기장에 가면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이번 축구 경기도 그랬지만, 지난번에 롯데팬인 친구를 따라갔었던 야구 경기에서도 비슷한 걸 느꼈었다. 그건 바로 팬들의 단합력, 소통력이다.


축구도, 야구도 그 어떤 스포츠에도 크게 관여하지 않고 사는 나는, 팬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부러운 감정을 느꼈다. A를 말하면 A의 1000 제곱으로 알아듣는, 그야말로 척하면 척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그들의 소통 방식이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이번 축구 경기는 친구 동아리 버프로 무려 1열에 앉아 직관했다. 기대도 없던 나에게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첫 줄에 앉아 프로 선수들의 (그것도 결승전!!) 경기를 보는 게 나로서도 아주 흥분되는 일이었다.


1열에 앉은 내 옆자리엔 세 가족이 앉아 있었다. 부부가 모두 포항스틸러스의 골수팬인 듯했고, 딸로 보이는 아이도 그 중간에 앉아 있었다. 세 가족은 내가 생각한 스포츠 팬들의 단합력, 그 표본을 보여줬다. 별 것 아닌 단어로도 모든 것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힘이었다.


팀에 소속된 선수들 각각이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오늘 경기가 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눈빛만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내가 더 놀란 건 아이의 반응이었는데, 부모가 하는 이야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또는 다른 경기장에서 늘 보던 익숙한 광경이었겠지?


부부가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의 스포츠를, 그것도 하나의 팀을 애정과 분노(?)로 함께 지켜봐 왔다면 어찌 보면 그 정도 교감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렇게 모든 역사를, 그 순간들을 함께 해온 취미가 있다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끈적한 결합력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가족 사이에 생긴 그 결합력은 아이의 행복과 정서 발달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옆에 앉은 낯선 이방인으로서, 그 아이가 느낄 감정에 대해 생각해 봤다.


축구 응원은 분명 아이에게 새롭고 커다란 세상일 것이다. 날씨가 춥든 덥든, 한 손에는 부모님 손을, 한 손에는 두둑이 챙긴 준비물과 간식을 들고 스타디움으로 떠나는 아이의 발길에는 평생 잊히지 않을 설렘이 서려 있을 것이다. 가족의 결합력과 사랑에서, 또 하나의 골수팬이 탄생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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