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거야, 도루묵

이참에 수영 _ 수린이 일기 #3

by 송글송글



'킥판' 등장. 두 번째 강습, 바로 발차기에 돌입. 걸터앉아서 발 차고, 엎드려서 발 차고, 벽 짚고 수평으로 몸 띄워 발 차고, 킥판 짚고 발 찼다. 숨 쉴 틈도 없이 진도가 쭉쭉 나간다. 빠른 속도에 영 적응이 안 된다. 따라가기 바쁘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안 그래도 힘든 발차기는 엎드려서 하니 몇 배로 힘들고, 벽 짚고 수평으로 몸 띄우기는 어제와 달리 버겁기만 하다. 물에서 몸이 뜨려면 힘을 빼는 게 관건인데, 자세가 바뀌니 당황스러워 호흡부터 불안해지고 몸에 잔뜩 힘이 실렸다. "아직도 물이 무서우세요?" 선생님이 물었다. "아니요!"라고 호기롭게 대답했지만 내 몸은 허우적대고 숨은 제대로 내뱉지도 못했다. 불안해서 나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이 물 속에서 내쉬어지면서 코와 입으로 물이 확 들어왔다. 순간 당황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과호흡'인가? 두려움이 밀려왔다. "허으-흐억... 허으-흐억..." 땅이 아닌 물 속에 있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공포로 다가왔다.





발차기 한 바퀴 후 몇몇 사람은 선생님의 지시로 옆레인으로 들어갔다. 수영 쫌 하는 사람은 그렇게 '잘 하는 반, 빠른반'이 되었다. 어찌저찌 허우적대며 간신히 한 바퀴를 돌아온 '남은' 사람들은 그대로 '열외반, 느린반'이 되었다.


사람마다 유연성이 다르고, 근력이 다르고,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성향이나 태도부터 달라서 배우는 속도나 수업을 소화하는 능력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뒤쳐지는 것만 같아 속상하고 불안하다. 무엇을 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이나 어려움 없이 쉽게 잘 해내는 사람들이 부럽다.


선생님이 한 마디 한 마디 지적할 때마다 '왜 그렇게 못 하냐'는 압박처럼 느껴져서 몸은 아등바등, 마음은 쫄린다. 마음에서부터 준비가 안 되어서, 잘 하지 못 해서, 잔뜩 움츠린 나머지 긴장한 나는 스스로를 몰아부친다. 조바심은 몸을 조이고, 더 더 잘 되질 않는다. '석 달만 버티면 된다'고,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랑 엄청 비교하면서 힘 빠지고 괴롭기만 한데, 결국 꾸준히 하는 사람이 남게 된다'고 했던 언니의 말에 기대고 싶다. 뭐 하나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성실함은 있으니 석 달은 버틸 수 있지만, 뿜뿜 하는 의욕에 비해 뻣뻣한 내 몸과 겁부터 먹고 보는 기질은 어쩔 수가 없어서 못마땅하기만 하다. 노력하지 않고는 쉽게 얻지 못한다 생각하니 부아가 난다.


"발차기 하랬지, 자전거 타라고 했어요? 아니 왜 다들 자전거를 타고 있어요?" 열외반 사람들 발차기를 보더니 선생님이 나무라듯 말했다. "무릎을 굽히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하체 근력이 있어야 발차기도 할 수 있겠죠? 이렇게 무릎으로 낭창낭창 발차기를 하는 분들은 하체에 힘이 없는 거예요." '열외반' 간 것도 속상한데, 하체 힘 없다는 소리까지 엮여서 들으니 의기소침에 부글부글- '아닌데, 나 발 차기는 제대로 한 거 같은데...' '왜 제대로 하는 게 없지...?' '나는... 원래 이런가?' 쩜쩜쩜 쩜쩜쩜... 그만! 생각을 멈춰, 생각하지마, 하나도 도움 안 돼~~~!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가 새벽에 겨우 설핏 잠에 들었는데, 가위 눌리듯이 어제 겪었던 숨이 안 쉬어진 상태를 다시 느끼곤 '으아---' 하며 놀라 깼다. '빨리 이 생각에서 벗어나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은 하지 말자', '수영에서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같은 생각들을 하며 토닥토닥... 못하고 안 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마음을 기울이는 편이 앞으로의 수린이 생활에 도움이 될 터.








자.수하러 수영장으로. 킥판 챙겨 물에 들어가니 안전요원이 자유수영에서는 킥판을 쓸 수 없다며 가져갔다. 강습에서 배운 거 연습해야 하는데 킥판 못 쓰면 무슨 연습을 하라는 거지? 뭘 할 수 있는 거지? ... 신생아급 수린이는 모르는 것도 많고, 알아가는 것도 많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기도 하고;;;. 좌절은 왜 이렇게 계속 따라다니는 것이냐.


생각을 비우고 물의 물성을 느껴보려고 집중했다. 물 속에서의 감각, '물감'을 살피려고 하니 수평 띄우기가 훨씬 가뿐하게 되었다. 내친 김에 호흡하며 발차기까지 도전. 어푸어푸 파닥파닥 허우적허우적 어찌저찌 개헤엄 비숫하게 몇 미터를 나아갔다. 되든 안 되든 역시 몸으로 해보는 게 짱! 이 잠깐의 몸부림으로 다시 '수영 너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린이의 멘탈은 언제 그랬냐 싶게 이렇게 가벼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