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민 Mar 12. 2018

유쾌한 B급 영화

영화 <로건럭키>

약속 기한을 맞추지 못한 글이라 마음이 무겁다. 


이번 브런치패스로 보게 된 영화는 '로건럭키'라는, 제목부터 포스터까지 B급 영화의 감성이 풀풀 넘치는 영화였다. 영화 줄거리도 간단하다. 불행한 가족력을 가진, 일명 "로건 징크스"를 가진 로건 가문의 두 형제가 동료를 찾아 은행...도 아니고 이상한 돈 순환 시스템을 턴다. 사실, 이 영화는 어떤 영화보다도 "즐기는데"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다른 설정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사실 나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일명 “킬링타임”용 영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B급 영화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말 그대로 시사회가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시사회 초대의 기회가 아니었다면 아마 영원히 보지 않았을지도 모를 영화.  


이번 영화도 엄마와 함께 했다.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괜찮았다. 걱정했던 엄마 취향에도 오롯이 맞지는 않았을지언정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엄마도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했다. 엄마는 “스크린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음... 엄마, 왠지 그게 이 영화가 주는 핵심적인 메세지거나 의의는 아닐 것 같은데...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영역이니까 엄마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나에게는 뻔하고 진부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영화였다. 결국 저들이 성공할 것이라는 점, 경비 2명에게 절대 들키지 않을거라는 점, 저들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거라는 점 등등 여러가지로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들이 많았지만 왠지 모르게 손에 땀을 쥐어가며 봤다. 영화는 다행히 두드러지게 루즈한 부분 없이 호흡을 잘 조절했다. 영화가 표면적으로 목표로 했던 부분은 매우 성공적으로 잘 채워냈다. 


한편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영화는 지극히 "미국 보수주의적" 영화다. 미국에서 보수주의의 가치라고 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가족적 가치의 옹호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가족들이란 하나같이 비정상인 부분들이 많지만, 그 안에서 그려지는 형제애와 고향에 대한 애착, 딸과 관계를 이어나가는 아버지의 모습 등 전형적인 가족애를 소재로 한 영화다. 이 조합이 참 기묘한 조합인데, 범죄영화와 가족애란 원래 곧잘 결합하는 조합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둘이 부드럽게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뭔가 가족애를 소재로 하는 부분 따로, 범죄를 소재로 하는 부분 따로 해서 두 편의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에서 동시에 그려지고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요컨대, 이 영화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애초에 완벽을 추구한 것 같지도 않고. 이 영화는 허술한 모습을 숨기려하지도 않고 그 스스로 완벽해지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다. 올해의 영화가 된다거나 인생 영화가 될 수는 없겠지만,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영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킬링타임을 위한 영화를 썩 좋아하진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즐겁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어쨌든 그쪽 방면으로 분명히 '괜찮은' 영화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저번 상영관보다 이번 용산CGV는 더 쾌적했다. 물론 하나는 플래그십 상영관이고 하나는 그냥 동네 상영관이니 규모면에서도 관리 면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C사에서 요즘은 M사로 많이 넘어왔는데 M사가 조금 더 힘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물론, 그와 함께 여전히 어마어마했던 용산 CGV의 쾌적함과 규모는 놀라웠다. 나야 둘이 경쟁하면서 점점 더 좋아지면 선택지도 넓어지고 좋기만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틀 포레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