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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 Jul 29. 2023

지금 내가 죽는다면 무엇으로 죽는 것이 더 행복할까

비가 내리는 날, 한 카페에서 고운과 나눈 삶에 대한 사유

고운과 함께한 두 번째 작업. 작년 가을 작업을 함께했던 고은은 그때와 같은 옷을 입고 나를 맞이했다. 고운과 비 오는 날, 한 카페에서 나눈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사는 게 무엇인지, 인간은 왜 사는지 그리고 왜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고민하는 시기를 거치고 있는 나에게 고운과의 대화는 깊은 자국을 남기고 갔다. 대개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때가 많은 나는, 고운과의 대화로 조금은 더 살고 싶어졌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고운의 말을 들으며, 지금의 나는 나의 행위를 '마음이 동'하여 하고 있는가 고민한다. 




















저와 함께하는 두 번째 작업이에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일을 하면서 지냈어요. (웃음)

오늘 일과 삶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예정이잖아요. 저는 고운 씨가 유튜브에 올린 일과 관련된 영상도 보면서 왔거든요. 이번 포터뷰 주제로 '삶'을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사실 '삶'이라고 하면 굉장히 추상적이잖아요. 어떻게 살까, 아니면 사는 게 뭘까,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는 스스로 지났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약간 애늙은이였어요. 중고등학교 때 아니면 대학교 때, 사회초년생 때까지는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는데, 그 이후로는 그냥 해야 되는 것을 하며 살았어요. 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것들과 관계되어 있잖아요. 그런 거에 집중을 하면서 살아야겠다, 는 생각을 해요. 예전처럼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요즘 들어 포터뷰를 하고 싶었던 게, 요새 너무 바쁘고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일부로라도 시간을 내지 않으면 생각을 정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정리를 하고 싶어서 신청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 저에게 어떤 정리가 가장 필요할까, 를 생각해봤을 때 눈앞에 닥친 건 일이 가장 크고요.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도 일을 하지만, 저에게 일은 원동력인 것 같아요. 계속해서 살게 하고, 또 살고 싶게 하고. 저한테는 이게 일인 것 같고 이것이 삶과 떨어져있지 않은 것 같아서 '삶'을 고르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의 '삶'에는 만족하며 살아가는 편인가요? 그렇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야기를 들으며 든 생각인데, 애늙은이였다고 표현하셨잖아요. 그럼 그 시절, 그러니까 중고등학생 때와 대학생 때, 그리고 사회초년생 때는 어떻게 살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그때는 사실 미래를 생각한다기보다는, 사는 게 뭘까 하는 조금 더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 많았어요. 사는 게 뭘까, 사람들은 왜 살까, 왜 죽는 걸 두려워할까, 아등바등 사는 것이 다 의미가 있는 걸까. 죽는 데에는 순서가 없다고 하잖아요. 어쩔 수 없는 것인데 왜 저렇게 괴로워하면서까지 살고 싶어할까, 이런 생각도 하고. 

그럼 그런 시기를 조금은 지나셨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렇게 그 시기를 지나오게 된 계기 같은 것이 있을까요? 이건 대개 예상하지 못한 대답일 수 있겠지만, 그게 바뀌게 된 건 꾸준히 치료를 받고 멘털이 건강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들 각자의 삶이 있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굉장히 건강한 변화네요. 지금은 건강히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여기선 순화해서 말하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일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그런 의문이 있었거든요. '왜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지 않지?' 하고요. 저에게는 그게 정말 지배적인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그 건강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을 다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사람마다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시기예요? 저는 아주 건강하고 씩씩한 시기예요. (웃음)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도 설명해 주세요.  원래 본업은 드라마 대본을 쓰는 드라마 작가예요. 많은 분들이 사진이 부업이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진은 취미고. 부업은 빈티지 의류를 파는 일을 sns로 작게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대로 살고 있답니다.

지금 일은 재미있어요? 어때요? 사실 어떤 일이든 일은 힘들기 때문에, 그래서 이 생각을 해요. 뭘 해도 일은 힘드니까. 그나마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힘든 게 조금 더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이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에요.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한 적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만두었어요. (웃음)

잘하셨어요. 굉장히 용기 있는 선택을 하셨네요. 이직을 되게 많이 했어요. 대학교 졸업하기 전에 취직을 했거든요. 어려서부터 드라마나 영화 보는 것에 관심이 있었어서 감독을 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는데, 정말 어렸을 때 자신도 없고. 굶어 죽을 것 같았어요. (웃음) 잘 모르고 정보가 전혀 없으니까. 그래서 저는 걱정하실까 봐 이야기를 꺼내보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 타협을 해서 간 게 신문방송학과였어요. 어쨌든 사회과학대고, 기자나 피디는 직장인이고. 졸업반에서 문화예술부 쪽 인턴기자로 취직을 하게 되었는데, 분명 괜찮았거든요. 일은 괜찮았어요. 특히 누군가를 인터뷰하거나, 영화나 전시를 보고 리뷰를 쓴다거나 하는 건 너무 좋았죠. 그런데 어느 날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아니면 정말 짧게 사실 보도만 하면 되는 부분인데, 어느 유명인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서 기사를 쓰는 걸 목격하게 되었어요. 엄청 충격을 받았죠. 나는 저 사람도, 저 작품도 좋아해서 이 일을 선택한 건데, 그 사람에게 상처주는 글을 써야 한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어요. 글을 쓰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능력 중 하나인데. 그 글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연예부는 필연적으로 계속해서 그런 글을 쏟아내야 하는 거예요. 특히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기사가 다 뜨니까,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으로 기사를 쓰는 거죠. 사실 취재를 해서 쓰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쓰고, 연예인의 sns를 가지고 쓰고, 이런 것들이 되게 힘들었어요. 내가 글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려고 시작한 것이 아닌데, 싶어서 그만두었어요. 그리고는 광고대행사에 들어가서 기업의 sns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어요. 어렵지 않았고, 칭찬도 많이 받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이렇게 다니며 살면 그냥 안정적이게 살 수 있는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잖아요. 영화나 드라마 쪽이요. 그런데 그게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무언가 약간 마음 속에 응어리 진 게 남아 있었나 봐요. 그런 것들이 마음 속에 남아 있어서 1년쯤 지나니까 계속해서 마케팅 일을 할 것인가, 그럼 나는 저쪽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하는 고민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에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가는데 갑자기 저게 떨어져서 내가 지금 죽게 되면, 나는 피디나 작가 지망생으로 죽는 게 더 행복할까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콘텐츠 에디터로 일을 하다 죽는 게 더 행복할까를 생각해봤을 때 후회가 될 것 같은 거예요. 해보지 않으면. 그래서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다가 어떤 드라마 제작사에서 기획 pd라는 직책을 보게 되었죠. 그게 제가 당시에 딱 원했던 정도의 틀인 것 같았어요. 이거 나에게 너무 딱 맞는 직업인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고 지원을 했는데 운이 좋게 합격을 해서 예전에 다니던 광고 회사를 정리하고 나왔어요. 그렇게 제작사에 들어가서 일을 했고, 나와서 다른 일을 잠깐 하다가. 다시 그 회사에서 제안이 왔는데, 제안해주셨던 일과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 잘 맞는 것 같아 같은 회사에 두 번째 입사를 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깨달은 게 있어요. 제가 그때도 간간히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거나, 신문사에 투고를 하거나 했었는데. 그 글을 보고 사람들이 어떠한 반응을 해주시는 것이 보람차고 뿌듯하다고 느꼈어요. 회사에서 만드는 드라마는 지상파로 송출이 되고 몇백만 명이 보는데 거기에 참여를 하는 것보다, 제가 혼자 별거 아닌 에세이 같은 것을 썼을 때 한두 명이라도 잘 읽었다는 반응을 마주하면 그게 더 보람이 있구나, 라는 걸 느꼈죠. 내가 계속 겁이 나서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지만 내가 나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거구나. 싶어서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 되어서 보조 작가 생활과 공모전 준비도 하고, 프리랜서로 일도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작가로 계약할 기회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무언가 엄청난 일대기를 들은 기분이에요. 나이에 비해 이직이 되게 잦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직종 자체도 바꾸고, 회사도 바꾸고.

너무 멋있는데요? 무언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이 멋있어요. 대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며 꾸역꾸역 살아가는데. 용기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고운 씨의 마음이 멋있어요. 어떻게 형성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큰 용기를 냈던 게 아니거든요. 정말 용기를 냈으면 조금 더 일찍 했을 것 같아요. 저는 되게 오랜 시간 동안 궤도를 도는 행성처럼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한 것 같아요. 돌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하며 점점 가까워진 것 같은. 돈을 벌고 이런 일련의 것들을 부모님께서 보셨으니까. 제가 무턱대고 그냥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구나, 하며 아셨을 거고. 따지고 보면 꽤 오래 돌아온 거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빨리 간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행성이 비유를 하셨기에 덧붙여 말하자면, 계속 돌기만 했을 수도 있을 테고. 돌다가, 다른 행성 궤도를 따라갔을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제가 그게 절대 안 되는 성격이에요. 싫어하고 관심 없는 걸 절대 못하거든요.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발을 들이지 않는다. 

그럼 마지막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뭐예요? 제일 중점을 두는 것이요. 두 개가 생각이 나는데, 하나는 저의 행복이고요. 다른 하나는 양심이에요. 도덕적 잣대가 높은 편이에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해를 끼치지 않는 것,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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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OMMAR CHO

photographer SOMMAR CHO


instagram @sommar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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