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아무것도 아니어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by 소므




어렸을 때부터 많은 책들과 위로하기 위한 말로 들었던 말들은 ‘넌 정말 특별한 아이야.‘ ‘네가 하는 일은 뭐든 다 잘될 수 있어.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야.’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요, 공부를 안 해서 그래요. 하면 잘하는 애예요.‘

이런 말들은 나에게 하는 말이든 누구에게 하는 말이든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지 않나.

나는 특별하고 선택받은 아이이고, 아직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서 뭐든 될 수 있다는 말.

물론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겪었던 세상에서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수능을 잘 보고 대학에만 가면 내 인생이 다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더 앞에 높은 장애물들만 즐비해 있었고,

경쟁 사회는 끝이 없고 수많은 서탈과 거절을 당하고 많은 좌절들과 마주하게 된다.


중학교 고등학교 1, 2 학년 때는 내가 서울대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대학교들 중에서 당연히 그 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하며 살아왔는데

점점 고3이라는 나이와 가까워질수록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앞에 놓인 것은 국어 몇 등급 영어 몇 등급 온갖 등급만 붙여진 성적표 한 장뿐이었다.



왜 나는 1등급이 될 수 없지?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차라리 내가 공부도 하지 않고 놀았다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것이다.

나는 특별한 사람인데 뭐라도 될 사람인데 왜 이것도 해내지 못하지.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우울해지기만 했다.

내 인생의 성적표가 고작 그 한 장에 적혀있는 것 같아서.


이력서도 마찬가지다. 그 종이 위에 내가 어떤 자격증과 경력을 갖고 있는지 적어낼 뿐이지, 그 안에서 내가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를 담아낼 수가 없다.

공무원 시험도 똑같다. 몇 년을 투자해서 공부를 했다 치더라도 결국은 합격한 사람과 불합격한 사람의 결과만 남을 뿐이다.

그 중간의 과정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나 혼자만 끌어안고 주저앉게 되는 일일뿐이다.

‘공백기’라는 글자에 면접에서 더 꼬리질문만 붙어나갈 뿐이다.

고작 이 종이 한 장이 뭐라고, 내 인생을 다 담아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각각 모두가 등에 그 성적표를 붙이고 다니는 듯하다.


쟤는 부모님이 부유해서 집도 해주고 차도 사주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sns에 즐비한 그들의 1등급 인생들을 부러워하며 나는 점점 가라앉는다.

그들의 인생과 비교하면서 더 불행해지고 내 존재에 대한 의문까지 드는 것이다.

대체 나는 왜 사는 거지. 나 같은 게 살 의미가 있나.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해서 매일 깜깜한 밤거리를 혼자 헤매는 것만 같다.

쟤는 저만큼 앞서나갔는데, 예전엔 내가 더 잘했었는데.



수많은 후회가 남긴 길 위에 나 혼자만 서있는 기분이 든다.



나만 정체되어 있고, 그들은 저 넓은 활주로를 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얘기해 보자면 내 능력과 관련 없이 했던 모든 일들이 풀리지 않았다.

어디 가서든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계약직으로 들어간 직장에서는 계약 만료까지 얼마 남지 않아 계약 연장 여부를 물어보았었다.

1년 정도는 더 연장을 하고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팀장에게 문의를 했으나 답변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계약 만료까지 한 달이 남은 것도 아닌 15일쯤 남았을 때 개인적으로도 아니고 팀장이 잠깐 내 옆자리에 앉아서 ‘계약 연장 안된대요.’라는 통보를 들은 적이 있다.

적어도 1:1로 얘기를 했으면 이런 모멸감이 들지도 않았을 텐데, 동등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존중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었었다.

이 날엔 부를 친구도 없어서 혼자 울면서 팬케이크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눈물 젖은 팬케이크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현실의 맛이겠지.

그 이후에 시도를 했던 일들도 능력적으로는 인정을 받았으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들만 나오게 되었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나는 안 되는 사람이구나.’ ‘나는 뭘 해도 실패만 하는구나.’ 패배주의에 물들고 무기력에 갇히게 되었다.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들고 뭘 할 기력도 생기지 않았다.

그런 때에 나에게 오히려 힘을 불어넣어 줬던 문구는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왜? 나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했었던 것과 다르게

‘나는 사실 특별하지 않고, 평범한 존재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말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 말이 내가 특별하기 때문에 당연히 성과가 주어져야 하고 결과물을 얻어 성취감을 얻어야 하는데 왜 나는 안되지?라는 물음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생각보다 관심이 없고, 내가 뭘 하든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이든 도전해 보라는 것, 내가 뭐가 되는 사람이 아니라서 어떤 부족한 걸 내보여도 사람들은 관심도 없고, 손가락질하고 비웃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연예인으로 따지면 인지도가 없고 무플인 상황이어서 내가 뭘 하든 사람들은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 그게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캐릭터를 그려서 이모티콘에 도전을 해보든, 아니면 노래나 춤을 전공해서 프로로 나가고 싶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을 하든,

유투버로 성공하고 싶어서 채널을 시작하든지 간에 딱히 나를 지켜보는 눈이 있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나서는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지금 바닥에 있으니까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것.



지금 인생의 그래프에서 가장 최하지점에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상승곡선만 그리게 될 거라는 점.

물론 살다 보면 다시 또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있겠지만 이미 바닥을 찍어봤기 때문에 다시 올라가는 방법을 몸으로 이미 체득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나의 길은 생기기 마련이다.


꼭 어떤 대단한 부가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성공이 아니더라도 내가 만족할 선이면 그게 내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될 수 있다.

사람마다 위로하는 방식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 않을까.

그게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에요. 그러니 뭐든 도전하세요.’라는 말이든

‘당신은 특별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니니까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방식이든

가슴에 깊이 남고 위안이 될 수 있는 말이면 뭐든 좋다.

다시 일어서는 힘, 회복탄력성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좋으니 그 문구를 가까이하기를 바란다.


내가 지금 도전하는 일도 글과 그림 쪽인데 부끄럽지만 이미 이모티콘은 13번째 미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나는 되지 않는 사람인가.라는 좌절을 맞게 되었는데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그게 꿈이기에 될 때까지 부딪혀보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내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선에 올라가기까지가 최소 2년이라고 한다.

그 시간 동안은 반응이 오든 오지 않든 꾸준히 해야만 내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아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는 것도 당장 책을 낸다거나 작가로 데뷔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결실이 보일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그 안에서 그걸 좋아해 주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이런저런 변화도 해보려고 한다.


현재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서 말하고 싶다. 나도 긴 터널을 걷고 있지만, 당신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같은 동병상련의 모습이라고 해도 혼자 걷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지쳐서 쓰러지더라도 등 한 번 더 밀어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같이 걷다 보면 지금보다 밝고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는다..

내가 특별하지 않아서, 하려는 일 무엇이든 그거에 맞춰서 변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지금 최악에 있을지라도 앞으로 비상할 일만 남았다는 걸 알아주기를.






이전 07화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건네는 작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