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건네는 작은 위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by 소므



문득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부를 보게 될 때가 있다.

메신저창에 있는 친구 목록이 꽤 많은데도 불구하고 속마음 전할 사람이 하나 없는 경우도 있다.

sns에서나 지인들의 근황을 알게 되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는 경우는 굉장히 적어지고는 한다.

때론 메신저 프로필이 업데이트되는 걸로 그들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고는 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헛헛함은 수시로 몰려온다.


아무리 내가 노력을 해도 연락하는 사람이나 옆에 남는 사람은 한정적이거나 거의 없는 상황에 처하고, 인연의 덧없음과 부질없음에 혼자 슬퍼하고는 한다.

밤에 침대에 누워서 sns나 들여다보거나 사진첩이나 과거의 물건들을 보며 예전을 추억하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너무 덧없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지기 친구가 하루아침에 남이 될 수도 있고, 오랜 기간이 그들과의 친분에 대한 확신을 주지는 못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친해지기 위해서 굳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하나 싶고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마음도 있으므로 그만큼 돌려받고 싶기도 한다.

나는 그만큼 애쓰고 베풀었는데 고맙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고마움은 알지만 돌아오는 것은 없고, 나 혼자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다가 혼자 지쳐 나가떨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은 수시로 몰려드며 이렇게 노력해 봤자 뭐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피로감이 커지기 때문에 주말에도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혼자 쉬는 것을 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고 그걸 감수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주는 힘은 무엇인가.


그때의 '시절'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 절친했던 친구들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미 끝나버린 인연들도 꽤 많다.

꾸준히 연락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들의 연락처만 남아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기에는 좀 어색한 사이가 되어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인연이 다 의미가 없고 의미가 퇴색을 하나?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잘 버티고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절친해야지만, 혹은 지금까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일상을 공유해야지만 그 사람과의 '인연'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인연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간은 지나왔고 그 '시절'에 아름다웠던 '인연'으로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다.


오랜만에 정말 절친했던 동창을 만나서 '우리 옛날에 그랬었잖아.' 하면서 깔깔대고 한참을 웃다가도 갑자기 얘기를 할 내용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분명 나랑 잘 맞고 친했던 애인데 시간이 흐르고 나서 만난 모습이 내 예상과 다른 것이다.

전과 지금의 가치관이 달라져서 안 맞는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미 상황이 달라져있어서 공통 관심사를 끌어내는 것도 어려운 것이다.

같이 함께 했었던 과거의 이야기만 반복을 하게 되고 집으로 가면서는 아쉬움만 끌어안고 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생각했었던 재회가 아니라서. 내가 알고 있었던 친구의 모습이 아니라서. 너와 나의 관계가 달라져서.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인 거지 그게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놓았을 때 더 아름답다.



아름다웠던 시절 그대로 남겨두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나도 자라나면서 이만큼 변해버렸는데, 사람이 어떻게 한결같이 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시절이었기 때문에 눈부시고 찬란한 기억으로 남은 걸 수도 있다.



시절인연이라는 단어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그 시절이었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이고 또 다른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비추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인연도 시간의 흐름과 같이 흘러가는 것이며 그 흐름을 거스르려고 하면 탈이 나는 것이다.

이제는 지나온 인연들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비록 현재의 인연도 과거로 남을 수 있으나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후회가 남지 않게 사랑하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이다.



나와 함께했던,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자.


고마웠고,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이제는 과거의 내 학창 시절을 함께했던 그리고 내게 소중했던 사람들의 안녕을 바랄 뿐이다.

과거의, 현재의, 미래의 시절을 함께한 모든 인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자.

당신 덕분에 행복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고.

당신의 건네준 마음 한 조각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과거에 머무르게 된 인연이지만 진심으로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이 넓은 세상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이전 06화수치심을 견뎌내야만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