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유치하게 어른처럼 내일은 없이 (2)
'그 쪽 차는 어디 쯤이래요? 다들 만났나? 뭔 얘기가 없어'
'1시쯤 모이기로 했다는데요?'
'오, 늦으면 가만 안둔다고 전해주세요 ^^'
'네^0^'
출발 전 작은 소동(?)을 얼레벌레 마무리한 채 가평으로 가는 고속도로위였다.
날씨가 흐렸음에도 불구하고 연휴 버프를 받았는지 많은 차들이 도로에 가득 가득 했다.
밀리는 듯 안밀리는 듯. 아예 주차장처럼 도로가 변한 건 아니니까 이정도면 괜찮네~ 싶었다.
첫 장거리 주행 + 첫 고속도로 + 연휴 버프 + 날씨 흐림 = 일찍 나서자로 귀결됐기에 1시쯤 모인다는 저 쪽 차와 달리 이 쪽 차는 벌써 고속도로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상형 토크부터 사는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어느 새 가평역에 다와갔다.
가는 내내 네비를 보며 300m 앞 우회전이라던가 400m 앞 좌회전에 곤두세워 있던 신경이 어느새 잠잠해져갔다. 역에서 다른 샘을 픽업한 후 남자분들이 오기 까지 시간이 남으니 카페를 가자고 이야기가 모였다.
남녀칠세부동석에 남녀가 유별하다던 정신을 계승 받은 건지 어쩌다보니 여자 차 / 남자 차로 갈린게 꽤나 재밌었다.
카페에 도란도란 앉아 우리는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나누었다.
쿨하게 자기가 사겠다며 언니들 먹고싶은거 먹으라는 막내의 말에 '아이고 뭘 이런걸 다 사' 라고 얘기하며 메뉴를 얘기했다. 적당한 분위기와 조명.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까지. 역 근처 후다닥 찾은 것 치고는 꽤나 선방인 카페였다. 3시 언저리즈음 전화가 왔다. 카페 근처에 왔다는 소리에 우리는 커피를 재빨리 반납하고 밖으로 나섰다. 저기 세워진 SUV에서 우르르 내리는 5명의 사람들. 지친 운전자와 들뜬 동행자까지.
"어유 안녕하세요~"
"5분 전에 도착하셨네요~ 늦으면 뭐라 하려했는데"
"OO형이 운전을 진짜 잘하더라구요"
"자 그럼, 이제 펜션팀이랑 장보기팀으로 나눌까요 어떻게 나눌까요?"
차량 두대로 나눠 가야 하기 때문에 장보기팀과 펜션팀을 나눠야 했다. 두 대 중 한 대를 운용하는게 나였기에 나는 어디든 상관 없다고 얘기 했다. 시선을 돌린 곳에는 잔뜩 지친 운전자가 서있었다.
"어우 피곤하신가봐요 "
"예."
"그럼 제가 갈게요. 제 차로 장보기팀 가고 OO님 차로 펜션팀 갑시다. 저희 차에 있는 짐 OO님 차에 옮겨 실을게요~ 리더 덩치 크니까 조수석 타시고 나머지 분들이 뒤에 타세요~"
인사도 잠깐 갈 길도 해야 할 일도 많았기에 후다닥 교통정리를 하고 차를 나눠 타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했다.
"원래 이런데 오면 하나로마트에 장보러 오는거에요"
목적지는 하나로마트. 가는 골목 골목 내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차가 가득 했다. 작은 주차장은 한 대가 나오면 다른 한 대가 들어가는 구조. 이대로 있다가는 장이고 나발이고 길바닥에서 시간 다 버리겠다 싶어서 "먼저 장보러 들어가세요. 제가 차대고 갈게요" 라고 멋있게 말했다.
멋있게 말하긴 했는데, 이런 골목 주차는 초보운전자에게 굉장히 고난이도라 극강의 고생을 예상했다.
돌고 돌다 공영주차장을 발견 했다. 슬쩍 차를 들이 밀어봤는데 아무리 봐도 주차각이 나오지 않았다.
정확히는 '여기 대도 되나?' 라는 의문이 들어 섣불리 차를 대지 못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찰나, 귀신같이 차 한대가 빠져나갔고 나는 냅다 그 자리에 차를 댔다. 그리고 유유자적 차키를 손에 빙빙 돌리며 마트 입구에 들어섰다.
'오.. 온 세상 사람 다 여기 온 것 같은데?' 작고 협소한 하나로 마트 안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 했다. 날씨에 대한 잔걱정을 하며 기어코 휴가를 보내러 온 건 비단 우리 뿐만이 아니였나보다. 몇 안되는 계산대 뒤로 마트를 한바퀴 빙 돌아 카트가 세워져있었다. 그래. 모두가 계산하려는 줄이였다. 술이 차가워질 틈이 없이 날개 돋치듯 팔려나갔고, 몇몇은 계산줄에 서 있는 채로 물건을 찾아다니며 채워 넣고 있었다. 아무리봐도 여유롭게 카트를 끌고다니며 장보긴 글러먹은 것 같았다.
어디서 일행을 찾아야 하나 둘러보던 중 소주와 맥주가 쌓인 곳에서 일행들을 찾을 수 있었다.
"소주를 한 짝이나 사요? 너무 많은거 아니에요?"
"아냐 진짜 이거 부족해 오히려 남으면 가져가면 되지. 남는게 나아"
"아 뭐 그렇긴 한데..? 예 뭐 일단 담아보세요"
소주, 맥주, 물, 음료수, 과자, 고기, 김치, 쌈장, 일회용품, 라면, 스위트콘, 피자치즈, 마요네즈 등 물건이 가득 가득 담겼다. 대용량 마트 카트만큼 큰 카트는 아니였지만 살다 살다 카트가 가득 채워진 건 처음봤다.
대충 얼마가 나올까 예측을 했을 때 2~30만원을 예측했다. 나는 에이 설마 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진짜였다.
박스에 담아가자고 했으나 사람 사는 것 다 똑같기 때문에 박스는 동이 났고 우리는 급한대로 종량제 봉투를 달라고 했다. 어차피 쓰레기는 버려야 하니깐.
각자 박스와 봉지를 이고 지고 짊어지고 차로 향했고 트렁크를 가득 채운 채 펜션으로 향했다.
주차를 하고 짐을 내리자마자 왠 물이 피슝 피슝 쏟아진다.
잔뜩 지쳐있길래 펜션으로 가라고 보내줬던 그가 물총을 든 채 신나게 쏘고 있다.
"아악 하지마요! 이거 젖으면 안되는 옷이라고!! 하지마라고오오!!"
라고 소리쳐봤자 얼굴에 담긴 장난끼 가득한 표정은 지워지지 않았고, 우리는 요리 조리 피하며 숙소로 들어갔다.
후다닥 급하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구한 숙소 치고는 굉장히 괜찮았다. 거실이 굉장히 넓었다.
수건은 1인당 1개. 냉장고에는 술이 가득 찼고, 싸온 식료품들을 정리했다. 방에는 가져온 짐들을 늘어놓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어 잘 때 이 방 덥겠는데? 생각하며 숙소 근처를 둘러보았다.
숙소 바로 뒤에 놓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계곡이 반겼다. 물은 차갑고 맑고 시원했다.
언제 계곡에 왔더라? 아득한 기억을 더듬다 '물총싸움을 위해 개별무장'을 하고 만나자. 라고 리더가 얘기했다.
평균 나이 30.6세, 각자 회사에서 저마다의 직급과 위치가 있는 직장인 8명의 광기와 유치함이 서린 물총놀이의 서막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