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뭐 하면서 지내?
뿌듯함이 위험할수도 있군 생각하며 지내
요새 공복유산소를 열심히 하는 중이다.
원래 근력 운동도 곁들였는데, 뭔가 체중감량이 더딘 느낌이 들었다.
눈 바디가 중요한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숫자가 보여주는 변화의 힘 역시 무시 못하니까.
운동 가기 전 뭘 먹고 가서 근력 운동에 웨이트까지 했는데
도저히 소화되기까지의 시간을 기다려 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일찍 일어나자니 '굳이?' 싶었고.
그래서 그냥 공복유산소를 선택했고 꽤나 나와 잘 맞는다.
근데 문득 헬스장을 가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뿌듯함, 제법 위험한데.
실제 내가 지내고 있는 일상은 이러하다.
일어나서 공복 유산소를 한다. 45분 정도 하는 편이다.
헬스장에서 개운하게 씻고 나와 터벅터벅 점심을 사 먹는다.
점심을 사 먹고 스타벅스로 향한다. 영어 말하기 시험 준비 중일 땐 가서 열심히 모의고사를 풀고 강의를 듣고 쉐도잉을 했다. 그러다 4시~4시 반쯤 버스 타고 귀가.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핸드폰 좀 하다가 스트레칭하고 일기 쓰고 책 읽고 자는 삶.
아주 바르고 규칙적인 삶이다.
이 삶의 위험성이 있다면 이 바른 삶에 '취해' 실제로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내게 가장 시급한 것, 중요한 것은 역시 취업이다.
집에서 어서 취업하라고 등 떠미는 것도 아니고, 자취를 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라 그런가 막 스스로 급하다는 생각을 잘 못하게 된다.
주변에는 '이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어, 돈을 벌고 싶어'라고 말했지만 돈벌지 않고 있는 돈 쓰며 적당히 바르게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달콤한지.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정말
문제는 '운동했다'는 완료형 문장이 주는 성취감이다.
내가 한 건 운동 하나뿐인데, 이 성취감에 취해 정작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게 된다. 그러니까 마치 '한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뭐라도 대단한 일을 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을 해낸 것 같은 착각에 쌓여 ' 아 이 정도면 됐다 좀 쉬자 ' 이렇게 자연스러운 타협안을 스스로에게 자꾸 제공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자꾸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로부터 눈을 돌리고 애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기분,
그래서 오늘은 운동을 끝내고 밥을 사 먹고 터벅터벅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을 읽다 덮고 조용히 노트를 꺼냈다.
계속 생각만 하던 '경험정리'를 진짜 해야 할 때가 왔다 싶어서. 노트를 꺼내 그동안 했던 경험들을 써 내려갔다.
이 경험들을 이어 자소서에 녹여내야 하니까.
예전의 어느 짤에서, 백수가 운동을 하면 위험한 점에서 성취감을 얘기했는데 그걸 이렇게 느낄 줄이야.
이번주는 경험 정리의 주간으로 삼아야겠다.
정말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