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실패를 좋아해

어쩌면 실패, 패배, 거절이 기본값일지도

by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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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나는 인스타그램에 책 리뷰를 꾸준히 올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와 진짜 안 읽었다!' 싶으면 4권, '진짜 많이 읽었다!' 싶으면 최대 12권까지.

매 월 읽는 책 권수가 들쭉날쭉하지만 꾸준히 읽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병렬독서도 종종 자주 한다.

이 책 저 책 찍먹하듯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걸 병렬독서라고 하는데

장점이 있다면 흥미 변환이 자유롭다는 것이고

단점이 있다면 완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계정을 갖고 있는 데다 다독하는 편이다 보니 다들 내가 매번 완독 하는 줄 아는데

전혀

중간에 읽다 내던져진 책이 한 바가지다.


무슨 이유에서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2월 리뷰를 마무리할 때 즈음

나의 '독서 실패 결산' 리스트를 만들었다.


어려워서 포기한 책, 난해해서 포기한 책, 기대에 못 미쳐서 포기한 책, 그냥 질려서 안 읽은 책,

아직도 붙잡고 있는 책,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완독 해야지 고집부리는 책 등등

저마다의 이유를 써서 실패 결산 리스트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지.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보통 매 월 책 결산을 할 때 다들 얼마큼 읽었는지 혹은 나의 베스트는 무엇인지를 꼽는다.

최고, 베스트, 다수, 성공 등을 과시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전시한 나의 '실패'는

흥미로운 소재였다.



모든 책을 완독 할 것 같지만 사실 찍먹하다 포기한 책도 많다고

병렬독서의 폐해라면 폐해일 것이라며 솔직하게 쓴 글 때문이었을까

아님 성공과시 세상에서 실패전시가 신기해서였을까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동경의 마음을 갖지만 현실의 나를 돌아보면 어쩐지 씁쓸해진다.

그렇지만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혹은 실패담을 들으면 어쩐지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생긴다. 그런 맥락에서 비롯된 응원이었을까


아, 우리는 실패에서 배운다고 했지.

그러고 보니 나 또한 2월 가장 큰 깨달음 역시 다름 아닌 '실패'에서 배운 것이었다.


실패, 패배라는 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왜 우리는 이 단어를 그토록 무서워하며 덜덜 떠는 걸까.

세상에 오점 없이 살아갈 수 없을 텐데.

실패, 패배 단어만 쥐어지면 어째서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마음을 먹을까.

그리고 왜 세상은 '실패, 패배'의 단어를 허용하지 않는 걸까.


돌이켜보니 나는 성공한 날들보다 실패한 날들이 많았다.


직무 전환의 꿈을 안고 다가갔던 면접에서 처참히 망했고

운동-식단의 밸런스는 여전히 무게추를 요리조리 왔다 갔다 움직이며 실패하는 과정이 더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 주는 기적은 정말 쉽게 일어나지 않았고

많은 인간관계에서 실패하고 졌다.

당장 오늘 저녁은 적게 먹어야지! 해놓고 치킨을 와구와구 먹었고

그 김에 맥주까지 꼴깍꼴깍 들이키며 '내일은 리얼 공복유산소 한다!'라고 다짐한다.

노션 독서리스트 만들기는 여전히 나의 플래너에 쓰여있고 (하지만 하지 않았으며)

목표 몸무게 만들기는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어쩌면 실패를 가까이하는 게 내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성공은 희박하고 실패는 너무나도 빈번하니까.

실패라는 단어가 주는 분위기 때문에 그렇지 막상 실패를 겪어보면 의외로 '하~ 망했네~' 하고

'어쩌겠어 다시 해야지' 하며 금세 툭툭 털고 일어나게 된다.

성공했을 땐 이걸 언제 놓칠지 몰라 조마조마했는데

실패했을 땐 '오케이 오늘까지 좌절' 후 '다시 일어서'의 마음이 된다.


그래서 성공이 희박한 게 아닐까

매일 조마조마하며 살 순 없잖아.


봄이 왔을 땐 제발 직장인의 신분이고 싶다고 간절히 비는 중이다.

분명 나는 아주 많은 실패와 거절을 겪을 것이다.

실패와 거절이 켜켜이 쌓일 때마다 자꾸 과거를 반추하며 과거의 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을 것이다.

과거를 붙잡고 하소연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며

씁쓸한 마음은 달콤한 케이크 한 입, 뽀짝 한 휘낭시에 한 입에 털어 넣고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얻은 성공은 달콤하겠지.

하지만 그 달콤도 잠깐 다시 또 적응의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 거절, 패배를 겪겠지.


그렇기에 어쩌면 인생의 기본값은 실패, 거절, 패배일지 모른다고 다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배우고 경험을 바탕으로 방향을 재탐색하고 결국 끝내 나아가겠지.


3월도 잔뜩 실패하고 거절당하고 씁쓸해질 것이다.

취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래도

그것이 영원함은 아니니까

스쳐 지나가는 현상이자 바람이라 생각하며

가끔 지나갈 봄바람을 더욱 감사히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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